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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英 원전사업 참여 요청에 ‘딜레마’

최종수정 2022.12.08 06:10 기사입력 2022.12.08 06:10

정부, 英 원전 사업에 '고심'…사업성 확인 안돼
현지 사업방식 때문…전기료에 원전 건설비 부과
英정부서 '비용 절감' 위해 도입…수익성 악화 불가피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영국 남부에 짓고 있는 헝클리포인트C 원전. [사진 = 프랑스 전력공사(EDF)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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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영국이 추진 중인 신규 원자력발전 사업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자를 확정한 후에야 전력 판매단가 등 사업성을 확인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원전 10기 수출’과 사업 리스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영국 원전 사업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최대 8기의 신규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3기는 부지와 사업자가 결정된 상태다. 영국 정부는 나머지 5기를 짓는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미 한국에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앞서 콰직 쿠와탱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장관은 지난 8월 한국을 찾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톰 그레이트렉스 영국원자력산업협회(NIA) 회장은 지난달 말 국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영국은 한국 등 글로벌 원전 기업의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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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 도입…수익성 예측 힘들어

하지만 정부는 영국 원전 사업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자국 원전에 ‘규제자산기반(RAB·Regulated Asset Base)’이라는 독특한 사업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RAB는 매달 전기요금에 원전 건설비용을 조금씩 부과하는 방식으로 원전 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RAB 적용시 한국이 영국 원전 사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 사업자 확정, 인허가 절차 완료, 부지 매입 등 사업 개발이 무르익을 단계에 이르러야 전력 판매단가를 확인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에서 RAB가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도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영국 전기요금에 부과될 원전 건설비를 확인하기도 전에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원전 업계는 RAB 도입시 원전 사업자의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국 정부가 RAB를 도입하려는 배경이 ‘비용 절감’에 있어서다. 당초 영국은 자국 원전 사업에 발전차액정산제도(CfD)를 적용해왔다. CfD는 원전 사업자의 사전 수익을 정해놓고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전력 판매단가와의 차이를 영국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기존 원전 사업자에게 일반 전기요금의 3배에 달하는 수익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RAB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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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노동법도 관건…日은 잇따라 철수

영국 노동법도 넘어야 할 관건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규제가 정교한 영국 법체계에 맞춰 원전을 지으려면 건설비용은 물론 공사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 건설사는 선진국에서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없다”면서 “근로자 복지는 물론 영국 건설사를 고용하고 현지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등 규제 체계가 복잡해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이 영국 원전 사업을 잇따라 접은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히타치는 2012년 영국 원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20년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히타치가 영국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일본 도시바도 영국 북서부 지역에 150억파운드(약 24조원)를 투자해 3.4GW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2018년 현지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직후 핵심 국정과제로 ‘원전 10기 수출’을 내걸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인 체코·폴란드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다만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선투자를 하려면 사내 투자심의는 물론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해야 한다.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영국 원전 사업에 대한 선투자는 절차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영국 원전이 ‘공략 대상’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의 신규 원전 사업은 (영국의) 투자 유치 개념으로 보면 된다”면서 “한전 등 유관기관과 정기적으로 영국 원전 사업 관련 회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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