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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아들취업과 1억원"…건설사 회장에 간 기증 약속한 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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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에 다니는 아들이 코로나19로 재택을 하던 상황에서, 엄마인 제가 법을 모르고 욕심을 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서울중앙지법 4층의 한 법정에서 50대 여성 A씨가 최근 이같이 흐느꼈다. 그는 국내 모 건설사 회장에게 간을 기증하는 대가로 '현금 1억원'과 '아들의 취업' 등을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2월 택시에서 지인의 통화를 엿듣다가 건설사 회장이 간 기증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 사장은 회장인 아버지를 위해 회사 직원들이자 어려서부터 동네 친구였던 B씨(53·남)와 C씨(53·남)에게 "아버지가 병에 걸려 간 이식이 필요하다. 대가는 지불하겠으니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한 상황이었다. 택시에서 통화하던 사람은 B씨의 처제였다.

법정에서 A씨는 "저는 술담배를 아무 것도 안해서 (제가 기증자로 나설 수 있을 지 먼저 말을 꺼냈고) 웃으며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며 "장난이 와전돼 제 욕심으로 취직이나 돈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B씨와 따로 전화하며 '그거 다 잘 되면, 원하는대로 소원들어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A씨는 3월7일 B씨의 안내에 따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회장의 며느리 행세를 했다. 친족이 아닌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려면, 장기 매매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고,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서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승인까지 받았다.


그는 같은 달 30일 이식 수술을 할 병원에 입원했지만, 하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며느리 행세를 한 사실이 들통나 수술 자체가 취소됐다. 회장은 몇달 뒤 세상을 떠났다.

현행 장기이식법 등 관련 법 조항은 대가를 약속하고 장기 등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주기로 약속해선 안 되고, 이를 교사·알선·방조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A씨 등을 장기이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B씨는 A씨에게 줄 돈을 포함해 총 1억5000만원을 받기로 사장과 약속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C씨도 A씨의 입원 과정을 돕거나 수술 절차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등 장기 매매 관련 행위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A씨는 '간 이식 대가를 사전에 약속받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수술이) 성공하면 아들이 취직할 수 있겠다는 제 욕심이었다. 부수적으로 돈도 준다고 하니까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1억원을 어디에 사용할 계획이었는지' 묻는 질문엔 "부동산에 쓰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수술에 실패하고 병원에 다녀온 뒤엔 제가 10원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A씨는 "법 위반인지도 잘 몰랐다. 이런 일을 부끄럽게 여기며 자숙하고 살겠다"고 울먹였다. C씨 측도 "깊이 반성 중이다. 어릴 시절부터 알았던 친구의 아버지(회장)에 대한 일이어서, 대가없이 도와주려고 했다"고 호소했다. 검사는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C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부장판사)는 향후 B씨에 대한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들의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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