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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믿음의 이 책 어때] 18년 일본 거주한 韓 인류학자가 말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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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믿음의 이 책 어때] 18년 일본 거주한 韓 인류학자가 말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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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문화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 상황. 한국 문화에서는 밥상에 그릇을 놓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게 예의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몸을 숙이면 ‘개가 먹이를 먹는 자세’와 같다고 해서 천하다고 여긴다. 대개 밥그릇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려 허리를 펴고 식사한다.


사실 이런 다름은 배워서 알면 그만이다. 팩트가 틀리면 정정하면 된다. 문제는 선입견이다.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는 책 ‘같은 일본 다른 일본’(동아시아)으로 18년간 일본에 거주한 경험에 기인한 통찰을 전한다.

저자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수많은 차이를 열거하는데 그중 하나는 국민의 무비판적 사고다.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으나 한국보다 훨씬 잠잠하다. 저자의 지인은 “폭주하는 권력으로 인한 파탄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한국 사회는 군사독재, 민주화 운동 등 폭력적 탄압과 권력 남용의 문제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은 권력의 폭거를 피부로 느낀 적이 드물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의견을 내세운다. 패전 이후 줄곧 국제 사회 재기를 시도하면서 사회 내부의 모순과 문제가 상대적으로 방치됐다는 것. 그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과제로 치환하거나 외교적 문제인 양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 도쿄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식의 무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며 “‘미투 운동’이나 디지털 정부 등의 움직임에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이 둔감하고, 심지어는 전근대적인 모습을 ‘일본 고유의 문화’라고 옹호하는 의아한 태도도 이런 경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에 관한 인식 역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역할이 희미해지는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신체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강”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경력단절녀’로 살아가는 상황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력’이라는 단어에도 일본의 성인식이 드러난다. 표면적 의미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능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미의식’, ‘부드러운 말솜씨’, ‘요리 솜씨를 가꾸는 것’ 등의 표현으로 묘사한다. 2000년대 초 여성잡지가 유행시킨 해당 표현은 2009년 ‘그해의 유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돼 지금까지 자주 회자된다.


친절은 일본인의 친숙한 이미지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꺼리고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는 일본에서 ‘스미마셍’(죄송합니다)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듣고, 또 자주 했다고 한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그 흔한 사과는 진심일까. 저자는 사과의 어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사과나 사죄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지만, 일본에서는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자기결의와 같은 어법”이라는 것이다. 서로 같이 잘 지내야 하니 피상적인 유감을 표명해 갈등을 방지·봉합하자는 의미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다만 과거사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은 최소한의 태도마저 보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 씁쓸한 뒷말을 남긴다.


같은 일본 다른 일본 | 김경화 지음 | 김일영 그림 | 동아시아 | 352쪽 | 1만7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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