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상 최선희 등장은 북미 관계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北 대미 전문가 최선희, 외무상 된 이후 행보 관심 커져
핵 협상 이끈 강경파…美 "정치 얼뜨기" 비난한 적도
"북미 협상의 포석" vs "강대강 대결 예고" 분석 엇갈려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북한이 지난 11일 신임 외무상으로 대표 '미국통' 인사 최선희를 임명한 이후 정책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대미 전문가를 내세워 북미 협상을 재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미국에 '독설'을 서슴지 않는 인사가 북한의 강경한 외교 정책 기조를 암시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특정 인사의 교체가 북한의 대외 정책 변화와 반드시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최초 여성 외무상이 된 최선희는 북한의 대미 외교 인사의 대표 주자이자 핵 협상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김일성의 최측근이던 최영림 전 내각총리의 양녀로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에서 통역 업무를 전담하며 6자 회담 포함 빌 클린턴 행정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부터 진행한 핵 협상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북아메리카국 부국장·국장을 역임하며 미국 인사들과 오랜 기간 투 트랙 회의(반관 반민·막후 협상)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선희는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면서 북미 협상의 주축 인물로 활약했다. 2018년 3월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한 뒤 북미가 대립할 때마다 미국을 비난하는 직설적인 담화를 발표해 화제였다. 2018년 첫 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최선희가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해 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도 그가 북한 대표로 언론에 입장을 알렸다.
북한이 강경파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데는 '강대강' 원칙을 외교에도 적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인선 개편안이 결정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강조하고 국권 수호를 위한 핵무력 강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무력 도발과 예정된 7차 핵실험에 대한 주변국의 반발에 향후 북한이 강경한 외교 전략으로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선희가 대미 외교를 전담한 인사 최초로 외무상에 발탁됐다는 점에서 북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 문 전 대통령의 종전선언 이후 최선희가 국무위원회에서 배제되자 북한이 통남배미(通南排美·미국을 배척하고 남한과 통한다) 전략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그가 다시 외무상으로 승격 복귀한 것은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북측의 의지를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의중을 두고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스티븐 비건 미 전 국무부 부장관은 11일(현지시각)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별도로 다루는 정상적 질서로 돌아간다는 의미"라며 "최선희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서로 합의한다면 분명히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지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의 이번 인사 조치는 '협상 준비용 몸 풀기'로 보인다. 정국을 '강대강 대치 상태'로 끌고 갔다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군사·안보전문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서방과 한국에 강성 외교를 해왔던 주역이다. 김 위원장이 예고한 강대강 대결을 외교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포진"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의 아시아 전문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최선희가 미국과 소통한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가 미국에 협조적으로 나설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미는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 7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회담을 가진 뒤 "핵실험 시 한미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1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외교 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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