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입자'(2014).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입자'(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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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유리와 철근으로 제작된 지름 1.7m 크기의 구형 다면체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조사등이 쏘는 백색광을 머금은 이 구조물은 미러볼처럼 반짝이며 회전한다. 동시에 수백 개의 유리표면에 반사된 빛의 기하학적 형상이 벽에 무수히 펼쳐지면서 구체 주위를 맴돈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서 백색왜성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 파편들을 목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작품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입자’(2014)다. 그는 빛의 물리적 속성을 예술에 접목해 관객으로 하여금 시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작품 활동을 주로 해왔다. 이런 경험은 개인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그는 믿는다. 엘리아슨은 이 작품을 2014년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접촉(Contact)’에서 처음 선보였다. 엘리아슨은 "접촉은 손을 뻗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능력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타인은 인간이자 자연이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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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먼지입자’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100년 전통의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협력해 오는 5월8일까지 개최하는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을 통해서다. 이곳에선 조지프 말리드 윌리엄 터너(1775~1851), 존 컨스터블(1776~1837), 클로드 모네(1840~1926),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 등 근대미술 거장부터 아니시 카푸어, 제임스 터렐 등 동시대 작가까지 지난 200년간 빛을 탐구해온 43인의 작품 110점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떤 예술가에게 빛은 신의 창조물이었다. 전시장 1층 초입에 걸린 조지 리치먼드(1809~1896)의 ‘빛의 창조’(1826)는 "하나님이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라고 언급한 성경의 창세기 제1장 천지창조의 네번째 날을 묘사했다.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착한 천사와 악한 천사’(1795~1805)에서는 태양을 착한 천사 뒤편에 배치해 빛과 선함은 동등하다는 인식을 투여했다.

클로드 모네의 '엡트 강가의 포플러'(1891).

클로드 모네의 '엡트 강가의 포플러'(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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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 고유의 색보다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색조나 질감을 화폭에 옮기는 데 열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모네의 ‘엡트강가의 포플러’(1891)와 ‘포흐빌레의 센강’(1894)을 직관할 수 있다. 모네는 ‘엡트강가의 포플러’ 연작을 그리기 위해 강에 띄울 배의 바닥을 평평하게 개조했다. 그가 도상으로 삼은 강가의 나무가 베어질 위기에 처하자 돈까지 지불했다. 이 작품 한 점의 보험가액만 500억원에 달한다.


제임스 터렐의 '레이마르, 파랑'(1969).

제임스 터렐의 '레이마르, 파랑'(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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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멍'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의 '레이마르, 파랑'(1969) 앞에 서면 푸른색 미세 공기입자가 온 사방을 가득 채우는 듯한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안쪽 격벽에 설치된 형광빛으로 인해 마치 네모난 벽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항공기 조종사이기도 했던 터렐은 하늘에 펼쳐진 대기 환경을 작품에 담는 작업을 주로 시도해왔다. 터렐은 "제 작품에는 물체도 이미지도 초점도 없습니다. 이것들이 부재할 때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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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어찌보면 색이 아닌 빛을 담는 과정이다. 인간이 인식하는 모든 시각정보는 빛을 매개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도 빛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철학과 종교에서도 빛은 늘 중심에 있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빛의 변주’가 계속되고 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문명사·인류사·과학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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