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보다 빠른 사상 첫 '눈꽃추경' 추진…與 "때 놓치면 의미 퇴색"
이달 내 당정 검토 통해 추경편성 여부 결정할 듯
30兆 재원 마련 위해 국채발행 불가피
대선 앞둔 졸속 편성 우려도 제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세종), 오주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여당이 30조원에 달하는 ‘설연휴 이전 추경’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새해가 되자마자 역사상 가장 빠른 ‘눈꽃 추경’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는데다가, 추가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명확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무작정 밀어붙일 경우 대선을 앞둔 졸속 편성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 극복 신년 추경 연석회의'에서 "때를 놓치면 의미도, 역할도 퇴색한다. 말 그대로 신년 추경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이 후보가 전일 추경 편성 논의를 공식화했듯 (코로나 피해 금액) 부분이 아닌 전부, 사후가 아닌 사전, 금융보다 재정이라는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신년 추경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이 자리에서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해 주도적으로 추경 편성을 하고, 현장 고통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2월 국회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급방식에 대해서 "정부가 전향적으로 선지급 정책을 받았으니 금융지원, 현금지원, 지역화폐 등 다양한 방식들이 있는데 가장 효과적 방식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추가적인 방역상황과 재정 여건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달 말까지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4000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달 중순께 거리두기 방역지침 연장 여부도 결정되는 만큼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주장했던 ‘설 전 추경’ 역시 당장 이달 중 모든 검토를 마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원금 지급을 개시하겠다는 의미 보다는 이달 내 중지를 모아 결론을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여당의 강행 움직임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편성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2022년 예산)집행 첫날 추경 여부를 논의하는 게 시점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607조원 수준의 최대규모 예산의 집행 영업일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추경편성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경 편성이 가장 빨랐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1998년 2월8일(추경안 제출)이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20년(3월5일)과 2021년(3월4일)을 제외하고는 1999년(3월31일, 실업자 대책 마련)과 2009년(3월30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정도가 이른 봄 편성이 추진된 ‘벚꽃추경’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수개월에 걸쳐 편성하는 정부 예산 규모의 상당수준을 대선후보의 주장을 계기로 추진한다는 데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예산은 600조원을 웃돌지만, 경직성 예산 등을 제외하고 정부가 경제 상황이나 필요에 의해 역량을 발휘해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은 100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로부터 5월 말까지 예산 요구를 받아 3개월 가량 검토과정을 거치는 구조를 감안하면, 정부 역량 예산의 30%에 달하는 규모의 추경안을 단기간 논의·편성·집행하는 과정에서 졸속 추진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재원은 빚을 내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대 30조원 수준의 추경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은 국채발행으로 메꿔야 한다. 이 후보 역시 전날인 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채 발행도 포함해 (국회가) 대규모 지원을 하라고 요청하면, 정부가 거부하거나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빚을 동원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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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방역지원금 지급(4조3000억원) 재원으론 기정예산과 기금·예비비가 동원될 예정이다. 올해 예비비 3조90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방역지원금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2조7000억원 수준인 손실보상 선지급 사업의 경우 올해 3조2000억원의 예산을 활용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 선지급금은 대출로 전환돼 이자와 함께 환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의 재원이 추가로 활용 가능한지는 정확히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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