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상좌담]"글로벌 대전환의 원년…디지털 혁명이 성장세 주도할 것"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리=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김흥순 기자, 장세희 기자, 이민지 기자]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3년 차를 접어드는 시점에서 국내외 경제·산업 구조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지난 2년 간 대면서비스 산업의 궤멸적 타격과 비대면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겪은 세계경제는 롤러코스터 위에 앉아 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팬데믹 대응에 따른 인플레이션(경기과열)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내다보기 위해 아시아경제는 코로나19 방역상황을 고려한 특별 지상(紙上)좌담회를 열고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상 가나다 순)와 함께 경제정책 현안과 임기 말을 향하는 현 정부의 과제를 짚어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상황 키워드로 정상화·대전환 등 거시적 변화와 함께 디지털 혁명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원장(이하 김)은 "올해부터는 중장기적 체질개선이 가시화되는 경로를 밟을 것"이라며 "글로벌 대전환의 원년"이라고 진단했고, 신 원장(신)은 "올해 우리경제의 큰 흐름을 주도할 키워드는 ‘정상화 속도’"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금리와 글로벌 공급망, 일상의 정상화 등이 이뤄질 것이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기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원장(권)과 이 교수(이)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관련 산업의 급성장을 점치는 한편, 각각 저탄소·친환경 업종과 플랫폼 산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중반 글로벌 공급망 문제 풀릴 것"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한국의 거시경제와 자본시장, 산업, 통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권: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으로 유동성 축소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리 인상 속도조절 등을 통해 자산가격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김: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와 비교해 보면 선진국 중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편이다. 한은의 법적 책무에는 물가안정과 더불어 금융안정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과열과 이와 관련한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기조 전환에서 촉발될 수 있는 자본유출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이지만, 주된 요인은 자산시장 과열로 발생한 금융불균형의 완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테이퍼링이 진행되면서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대외부문 안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고 본다.
▲신: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등 그동안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됐던 자산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경로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과 은행들의 신용공급 둔화 가능성이다. 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런 변화 경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도 유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한국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 이 경우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그동안 통화당국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개선해 풀어야 하는 문제를 통화정책을 동원한 면이 있어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올해 최대 대외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의 수출무역 개선세를 유지시키고,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대응책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현재 대응이 적절한지 여부를 진단한다면.
▲권: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의 공급망 구축 대열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으로, 진출 과정에서 유리한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 미·중 패권경쟁이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양국 의존도가 모두 높다는 점을 감안해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 교역 1위국이고,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설비도 아직 많다. 이들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당국이 노력해야 한다.
▲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는 동시에 핵심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선 가능한 한 국내 공급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산업별 최적 네트워크 구성의 기본적인 원칙이 될 것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 역량에서 비교우위가 충분히 활용돼야 하고, 핵심 기술과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신기술 분야에 대한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신: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의 접종률이 상승하는 올해 중반 정도에 글로벌 공급망 왜곡 문제가 다소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병목 현상은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들어 내 인플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기업과 가계에 비용 상승과 생계비 상승이란 유사한 어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 경제의 교란이 해소되면 공급망 병목현상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라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CPTPP 가입, 정치이슈 매몰 말아야
-현 정부가 오는 4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신청을 하겠다고 하지만 가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어떤 방식과 속도로 가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한가.
▲권: 올해에는 미국의 견고한 경제 성장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우리나라 또한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여전히 교역 1위국인 중국에 국내 기업의 투자생산시설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해 이들이 정치 이슈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CPTPP의 경우 중국·대만의 선제적 가입 신청에 따라 우리 역시 더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신: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을 경험한 가운데 향후 미·중 갈등 등으로 자국 중심 글로벌가치사슬 강화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세계무역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고, 향후 CPTPP 가입시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수출 집중도를 완화하는 한편, 시장 확대를 통해 수출 증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 201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양국 간 현안으로 현 정부는 최악의 한일관계를 물려받았고,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까지 겹쳐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 이 무렵 가입 협상을 서둘렀다면 오히려 매우 불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었다. 전체 상황을 놓고 볼 때 꼭 실기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탄소 배출 ‘넷제로’ 달성을 추진 중이다. 추진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 공시체계, 자본시장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권: 온실가스 관리대상 기업의 대부분이 2030 감축목표 상향에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달성에 최대 60년의 시간이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2년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을 적절히 활용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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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자본시장은 기업의 넷제로 이행상황에 대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생산·교환되는 장(場)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시 기준의 확립이나 성과·리스크 지표 개발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선결조건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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