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정동일 교수팀, 새로운 수리모델 제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제한적 순차 의사결정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행동 수리 모델을 제시했다.(왼쪽부터 정동일 교수, 선희영 연구원, 권오상 교수)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수습기자] 배우자를 선택할 때 눈높이가 달라지는 까닭이 뭘까? 국내 연구진이 이런 주관적 감정에 과학적으로 접근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눈높이가 달라지는 이유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결혼 상대 찾기와 주택 매입의 공통점은 현실적 제약이라고 보고 전체 선택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특정 시점에서는 탐색을 멈추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한적 순차 의사결정이라 불리는 이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진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나섰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권오상·정동일 교수팀은 제한적 순차 의사결정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행동 수리 모델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왜 확률에 기반해 계산된 객관적 값보다 더 큰 기대치를 갖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주관적인 눈높이로 이익과 손실을 다르게 평가한다는 행동 경제학 이론에서 착안해 이와 같은 수리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제시된 선택지가 개인의 주관적 눈높이보다 높으면 만족 즉 효용이 양수가 되지만 이 기준보다 낮으면 효용 자체가 음수인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수리 계산 모델은 연구팀의 실험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비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회차별로 1부터 150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선택한 뒤 각 회차에서 본인이 선택한 값의 합을 돈으로 환산받는 실험이다.
숫자는 무작위로 제시되며 각 회차 당 최대 5번의 선택 기회가 있는데 제시받은 숫자를 5회 이내에 선택하면 그대로 그 회차가 종료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의 기대치는 여타 연구의 실험 결과처럼 확률로 계산된 객관적 최적값보다 더 높았다.
각 회차 초반에는 큰 숫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므로 눈높이가 높다가 기회가 점차 소진될수록 눈높이가 낮아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눈높이가 떨어지는 정도가 객관적으로 계산한 기대치 변화보다 더 완만했다.
주관적 합리성이 반영된 모델은 이러한 변화의 패턴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데 실험참가자들이 단순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값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확률적 이익을 최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비합리적이지만 개인의 만족감이라는 주관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모델은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는 피실험자의 기대치가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값보다 더 완만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잘 설명했다.
총 5번의 선택 기회 중 4번째 기회와 총 2번의 선택 기회 중 첫 번째 기회의 수학적 최적값은 같으나 실제 실험에서는 선택 기회가 더 많을수록 참여자의 기대치가 덜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리 모델을 실증하고자 피실험자의 동공을 측정하는 실험도 했다.
실제로 개인의 주관적 눈높이에 가까운 숫자가 제시되면 동공의 크기 변화가 강하게 나타났다. 주관적 만족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동공 크기가 변하는 폭이 더 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주관적 합리성 모델이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을 잘 나타낸다는 신경생리학적 증거라 했다.
계산 수리모델링은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이 단순히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접근법이다.
의사결정 때 뇌 속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인과 관계를 수학적 함수로 설명하며 개인별 정보처리 과정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계산분석 생물학지인 플로스 계산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지난 16일에 공개됐다.
권오상 교수는 “경제학 전망이론의 주관적 효용 함수를 순차적 의사결정의 최적화 모형에 적용하면 그간 비합리적으로 여기던 순차적 의사결정 행동을 별다른 가정을 추가하지 않고도 잘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동일 교수는 “주관적 합리성 모델은 뇌에서 일어나는 주관적 가치평가 과정과 잘못 형성된 개인의 가치 기준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약물 중독과 같은 충동적 의사결정, 의사결정 지연 장애와 같은 행동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수습기자 ryeo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윗분 점심에 매달 10만원씩 내요"…'월 200' 9급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