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0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찾아 참배
참배 저지하는 시민단체에 막혀 한 가운데서 묵념
"제 발언으로 상처 받은 분들께 사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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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제 발언으로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 드렸다. 이 마음은 이 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받으신 국민, 광주시민 여러분께 계속 가져가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지난달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 이후 약 3주 만이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 후보가 도착하기 전 5·18 민주묘지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안팎에서 윤 후보 참배를 막기 위해 여러 겹의 저지선을 만든 광주 시민단체 및 5월 단체들과 윤 후보 지지자들이 뒤섞여 북적였다. 여기에 한 광주시민은 "윤석열은 돌아가라", "전두환 옹호하는 윤석열이 무슨 자격이 있나 오지마라" 등을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런 그를 향해 윤 후보 지지자가 "5·18 누가 부정해?"라고 반문하며 맞받아쳤다. 이날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5·18 민주묘지 앞에 경호 펜스까지 설치했다.


윤 후보가 5·18 민주묘지에 도착하자 시민단체, 지지자, 경찰 등이 한데 섞이며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기는 일부 시민들은 국화꽃을 흔들며 박수를 쳤고, 반대편에서는 "윤석열 나가라"라며 소리를 쳤다. 추모탑 방향으로 걸어가는 바닥에는 '학살자 전두환 찬양은 민주주의 역사 부정', '진정성 없는 가짜 사과 필요 없다', '학살자 비호하는 자! 오월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의 글이 적힌 종이가 깔려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임을 향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윤 후보가 추모탑으로 걸어가는 사이 오월어머니집 등 시민단체가 만든 저지선은 더욱 견고해졌다. 윤 후보가 전진할 때마다 곳곳에서 "1차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소리가 커졌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에서 나온 이들은 급히 '학살자 미화하는 당신이 전두환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사과 아닌 사퇴', '국민 개무시하는 대선 후보는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중간 저지선을 만들기도 했다.


오월어머니회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묘지 참배에 반대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오월어머니회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묘지 참배에 반대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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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윤 후보는 추모탑까지 가지 못한 채 5·18민주묘지 한가운데에서 묵념을 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한 윤 후보는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우산을 쓰지 않았다. 그는 묵념 후 그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고,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며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염원하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한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참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는 '예정과 달리 더 안쪽으로 못 들어갔는데 항의하는 분들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저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5월 영령들에 분향도 하고 참배도 했음 더 좋았을 텐데"라고 답변했다. 윤 후보는 또 '광주 방문이 정치 자작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말에 "저는 쇼 안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편 이날 5·18 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윤 후보는 전남 화순에 위치한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해 유족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홍 변호사의 차남이자 화순에서 재선을 지낸 홍기훈 전 의원과 종친회장 등이 함께 했다. 유족 측은 윤 후보에게 "유족들이나 우리 영광이다.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역대 대통령 후보 중 처음 온 것"이라고 얘기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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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하루 뒤인 11일에는 전남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한다. 이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할 계획이다.


광주=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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