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가 전자발찌 훼손, 여성 2명 살해… 법무부는 '소형·경량화' 추진

살인마가 끊은 전자발찌… 인권 위해 '작고 가볍게'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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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자발찌 무용론’이 재연되고 있다. 법무부가 사회적 낙인효과를 줄이고자 전자발찌를 지금보다 작고 가볍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전자발찌 노후화와 부착 대상자 증가를 이유로 전자장치의 기능 및 외형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본지 6월17일자 '전자발찌 작고 가볍게 만든다… 인권보호 vs 과도한 편의 논란' 참고) 안정적인 전자감독을 위해 기능이 개선된 전자발찌를 제작하겠다는 것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파 수신율을 높이고 스트랩(끈) 소재를 바꿔 훼손 사건을 막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부착자의 불편을 고려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일체형 전자발찌는 휴대용 추적장치와 부착장치의 기능을 결합해 크기와 무게가 늘어 불만이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이를 교화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사회적 낙인 효과까지 크게 줄이고자 소형·경량화를 추진 중인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범을 막기 위해 부착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살해를 저지르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에도 자수 전 40여시간 동안 검거하지 못해 추가 범행을 막지 못해서다.

전자발찌는 강씨의 살인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시신이 각각 강씨의 자택과 강씨가 경찰에 자수할 때 타고 간 차량에서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지 않았을 경우 당국은 범죄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법무부가 전자감독 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전자장치의 견고성을 개선하고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춰 신속한 검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뒷북 대응’에 불과하다. 함께 내놓은 재범고위험군에 대한 새로운 평가 체계 도입과 전자감독 인력 확충 역시 전자감독 대상자 증가 속도에는 맞출 수 없는 사안이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올해 전자감독 대상자는 7월까지 8166명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1년 1561명에 비해 5배 넘게 급증했다. 전자발찌 훼손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8년 23명, 2019년 21명, 2020년 13명, 올해도 7월까지 이미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법조계에서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 발생을 위해서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하는 등 1대 1 관리·감독이 먼저 이뤄져야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인력 운영의 한계는 여전하다. 전자감독 인력은 올해 7월 기준 281명으로 1인당 17.3명을 관리·감독 중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는 1대 1 전담감독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19명만을 전담감독하는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전자감독 대상자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예산상·인원상, 또 우리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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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씨는 강도강간·강도상해 등 총 14회 처벌 전력이 있고 그 중 성폭력 범죄가 두 차례나 되지만 신상공개 대상자는 아니었다. 강씨는 1996년 길을 걷던 피해자를 대상으로 첫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5년에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고 두 번째 성범죄는 출소 5개월만에 저질러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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