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예산편성 시기 겹쳐
정치권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지자체 국비 확보 경쟁 치열

내년도 예산안의 키워드는 '확장재정'과 '지출구조조정',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의 '국비 확보 경쟁'으로 요약된다. 내년 800조원 규모의 팽창 예산 속에서도 유례없는 50조원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자체의 사업 예산 동결·삭감이 줄지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내년 예산 편성 시즌과 6·3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정치권의 이해관계마저 얽혀있어 예산 확보 전쟁이 더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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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兆에 들어가고 50兆에선 빠져야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예산 총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높이면 총액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저효율 사업 정리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사실상 우리가 예산 편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증가하는 의무지출과 국정과제 재원 마련을 위해 유례없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재정지출 15%, 의무지출 10% 감액과 사업 10% 폐지'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성과평가 결과 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은 실제 폐지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적극 재정 기조와 함께 비대해진 재정총량 관리를 위한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공식화하면서 중앙부처와 지자체들의 예산 확보 경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 728조원의 본예산에 비해 5% 늘어난 약 764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미 26조2000억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진 만큼 올해 총지출 754조원에 5% 증가율이 유지될 경우 내년 예산안은 792조원으로 800조원에 달할 수 있다. 반면 정부는 재량지출 15% 감축, 의무지출 10% 감액, 사업 10% 폐지를 통해 약 50조원 안팎의 재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막오른 예산전쟁]지방선거 앞두고 더 뜨거워진 800조 예산錢쟁 원본보기 아이콘

지자체들 방문에 기획처 새 청사 문턱 닳겠네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지자체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기획처는 이재명 정부 3년 차인 내년에 국정과제의 한 축인 지방 주도 성장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처 건물에는 국비 협조 요청을 위한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이달 말 만들어질 예산안에 지역 숙원사업을 끼워넣기 위해서다. 지난달 27일 이상철 보성군수 권한대행은 박창환 예산총괄심의관을 만나 국비 109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이정우 장수군수 권한대행도 기획처 방문해 667억원 규모의 국도26호선 2차로 개량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을 건의했다.

거물급 광역지자체장들은 예산실 간부들을 초청해 예산 협조를 직접 당부하기도 한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최근 전남 해남 등 지역 현장을 직접 찾았고, 지난 7~8일에는 국립세종도서관에서 '2026년 지방재정협의회'를 열어 17개 광역시도와 일대일 방식의 맞춤형 협의를 진행했다. 실·국장 면담 이후 과장급 실무 협의를 이어가는 릴레이 방식으로 지역 현안과 보완 방향을 세밀하게 논의했다는 게 기획처 설명이다. 각 시·도는 미래 산업과 광역 교통망, AI·반도체·에너지 사업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기획처는 12일부터 산업통상부를 시작으로 '찾아가는 부처 예산설명회'도 재개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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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실장은 산업부 방문에서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과 지역 성장거점 육성 방안을 논의하며 "단순히 예산을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처 역점 사업이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기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이튿날인 13일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보건복지부를 방문해 인공지능(AI) 전환, K-GX 등 탄소중립 투자, 저출생 대응 및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을 논의한다. 기획처는 19일까지 30개 부처를 직접 방문해 중점 투자 분야와 지출 효율화 과제, 지방 우대 사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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