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백신 1호 초읽기…개발 끝내려면 '3상 난관' 극복해야
의약 개발 단계 최종 난관 임상 3상
시험 비용 최대 3조원 이상
지원자 모집, 데이터 수집도 까다로워
글로벌 제약사에게도 난관
기존 백신 대조군 삼는 '비교 임상' 돌파구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해외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산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글로벌 백신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고 생산 차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백신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 '국산 백신'이 공급된다면 예방접종에 따른 조기 집단면역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임상 3상시험을 허가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국산 백신이 임상을 무사히 마치고 양산에 들어가려면 '3상'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최소 수천명에 이르는 임상시험 지원자를 모집하고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작업은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에게도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국산 1호 백신' 탄생 초읽기…문 대통령 "전방위 지원 약속"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SK바이오가 개발한 GBP510의 임상 3상시험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중 최초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인체의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는 앞서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총 2억137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백신을 개발했고, 현재 임상1/2상 중간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임상 1/2상에서 GBP510의 중화항체 유도 수준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 대비 5~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산 1호 백신이 탄생해 상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국내 임상 시험이 충분히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의약 개발 최종 단계 임상 3상, '빅 파마'에게도 고난이도 작업
임상 3상은 의약 개발의 최종 단계로, 백신의 경우 감염병에 대한 보호 효과와 안정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핵심인데, 통상적으로 의약품 임상 3상에는 1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모집된다.
임상 3상은 의약 개발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자를 얼마나 모집하느냐, 어떤 약품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지난 2018년 영국 과학 저널 '네이처'지에 올라온 "3상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라는 에세이에 따르면 최저 4300만달러(약 496억원)부터 최고 29억달러(약 3조3506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임상 3상에만 수만명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화이자(4만3538명), 모더나(3만명), 아스트라제네카(2만3000명) 순이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원자 일부에게 진짜 백신을 맞히고, 나머지에게는 '맹물 백신'을 투약해 이들의 감염 및 중증 발현 확률, 부작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했다.
이처럼 임상 3상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지원자들을 모집해야 하며, 이들을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전문 연구 인력도 필요하다. 수많은 나라에 지사와 연구소를 갖췄고, 또 수백명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는 일명 '빅 파마(big pharma·거대 제약사)'들이나 감당할 수 있는 작업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는 각각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해 백신을 개발해야만 했다.
대규모 임상도 어려운 일이지만, 또 다른 난관도 있다. 지원자를 확충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황이다. 또 여러 제약 기업들이 저마다 백신 임상에 나서고 있어 지원자 모집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상대적으로 백신 개발에 늦었던 국내 제약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비교 임상'으로 돌파구 마련
일부 제약사들은 '비교 임상'이라는 방식을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비교 임상은 전통적인 위약대조 방식과 달리,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기존 허가 백신과 비교해 효과를 따져보는 임상시험 방식이다. 비교 임상은 기존 방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인구집단만 모집해도 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미 프랑스 제약사 '발네바'가 개발한 백신은 영국에서 비교 임상 방식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조군은 AZ 백신이다. SK바이오 또한 AZ 백신을 대조군으로 삼은 비교 임상 방식으로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체 시험 대상자는 18세 이상 3990명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이와 관련, 김강립 식약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전통적인 위약대조 방식은 대규모 유행상황에서 위약을 투약받는 경우 감염병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윤리적 문제도 있고, 한 차례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임상시험 참여자를 대규모로 확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차선책으로 소수의 임상 참여자에게 접종하고 면역원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백신의 효과를 측정하는 비교 임상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