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에 교육부와 통계청은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이어서 교육부는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주요 특징을 분석한 후 대응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고등학교는 소폭 증가했고 소득수준별 사교육 참여율 격차도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교육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크게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율이 감소한 결과였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다. 사교육비가 줄었다기보다는 다소 주춤한 상태로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사교육은 오히려 늘었으며, 소득수준별 격차도 커졌다는 것은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교육비 절감 정책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또다른 대응방안’이 필요한가?
사교육은 정의상 사적 영역이며, 공적 영역이 아니다. 과외금지 법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은 이유는 정부가 지나치게 사적 영역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교육 없는 공교육을 목표로 하고, 개인은 사교육 같은 공교육을 원한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그것이 학교교육만으로 가능한 상태 말이다. 모든 사람의 개인차가 존재하지 않는 똑같은 상태와 모든 대학, 모든 학과가 똑같은 상태를 가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얘기다.
통계청은 사교육의 목적을 학교수업보충, 선행학습, 진학준비, 취미·교양·재능계발, 보육·불안심리·친구 사귀기 등으로 구분하여 조사했지만, 응답지가 배타적인 것은 아니었다. 학교수업보충, 선행학습은 물론이고 취미·교양 및 재능계발과 보육·불안심리·친구 사귀기까지도 진학 준비와 무관하지 않다. 초중고생의 모든 사교육은 진학 준비로 수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진학 준비라고 한다면, 공교육을 내실화해도, 입시제도를 개선해도,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해도,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수업목표에 도달하는 완전학습을 가정해도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으며, 줄지도 않을 것이다. 사교육은 대학진학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누구나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실현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몰라도, 경쟁이 있는 한 사교육은 존재할 것이며 경쟁에 참여하는 개인의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은 학습능력보다 상대적 서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정책은 사교육 경쟁에 뛰어드는 개인의 수를 줄이는 데 맞춰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사회적으로는 물론 인사상 차별받지 않으며, 학력·직종 간 임금격차가 해소된다면 사교육 경쟁에 가담하는 사람의 수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은 교육정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임금정책, 고용정책, 인사정책 등을 통해서 달성 가능한 정책목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정책이 사교육 경감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공교육 내실화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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