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에세이]설 연휴 마지막 날, 禹는 왜 박영선에 선전포고 했나
우상호 "박영선 공약, 민주당답지 않다" 비판
박영선,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 집권 정당이라는 것 잊어선 안돼…TV토론서 보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시작부터 난타전을 보이는 것은 지양하고, 보수 야당과는 다르게 선진정치를 보여주려고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왜 박영선을 공격하지 않나, 당내 경선에서 터프해질 필요가 있다'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기자 질문에 웃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전화통화에서 우 의원은 "경선이 본격화되면 (공격이) 진행될 수 있겠지만 시작은 '원팀'(하나의 팀)"이라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도시 구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정책이 나쁘다고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의원을 보듬어야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어 그 부분에서는 발끈했다"고 힘줘 말했다.
'누나-동생'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박영선-우상호의 '남매' 설정이 민주당 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자'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
14일 우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 전 장관의 핵심 공약에 대해 "민주당답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늘부터 민주당 경선 후보인 박 전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시작하겠다"고 포문을 연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의 '21분 컴팩트 도시' 구상에 "특정 분야에 국한된 빈약한 공약"이라면서 민주당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동, 일자리, 환경, 강남북 균형발전 등 서울시민 전체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들은 아직 없다는 설명이다.
박 전 장관이 강조한 주 4.5일제 공약에 대해서도 "박 전 장관은 주 52시간제 법안에 찬성 투표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과거 발언을 바꾸는 일관성 없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창동 차량기지에 평당 1000만원 공공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발표 직후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입장을 내자 다음날 정책을 급히 수정했다며 야당 측 후보들이 꼬집었던 내용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 같은 우 의원의 선전포고에 박 전 장관 측도 곧바로 대응하기는 했지만,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박 전 장관은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집권 정당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며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TV토론에서 충분히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 직전까지만해도 김진애 의원이 '터프해지시라'고 훈수를 둘 만큼 박 전 장관에 대해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해왔던 우 의원이 설 연휴 마지막날, '오늘부터 정책 검증을 시작하겠다'고 날짜까지 못박으며 검증의 칼날을 빼든 까닭은 뭘까.
"(터프한 경쟁은) 경선이 본격화됐을 때 진행되는 것. 레이스가 시작되면 슬슬 차별화가 시작될 것이다."
기자와의 통화 마지막에 우 의원이 덧붙였던 멘트다.
우 의원의 판단에 설 연휴가 지난 이후,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열릴 것으로 본 게 아닐까.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우 의원의 지지율은 박 전 장관에 계속 밀리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다른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에 비해 출마 선언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지지율은 범여권은 물론 여야 양자, 다자간 대결에서도 우위에 달할만큼 강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당내 지지세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지지를 얻는 한편 중기부 장관 시절 국무위원으로 활동했던 전직 장관 3명도 각 분야 자문단장으로 영입했다.
우 의원으로서는 최종 후보선출이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연신 보폭을 넓혀가는 박 전 장관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당내 지지기반은 우 의원이 더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리당원 50%·일반 유권자 50%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 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친문세력 결집에도 소홀할 수 없다. 설 연휴 봉하마을을 찾았던 우 의원은 경남도청을 들러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나 뜻을 나눴다. 우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김 지사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와 경남도가 협력해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며 서로의 의지를 다졌다"고 적었다.
설 연휴 첫날에는 같은 81학번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세를 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박정 의원, 송영길 의원, 양경숙 의원, 양기대 의원, 유동수 의원, 이규희 전 의원, 정성호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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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가열되는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남은 경선 기간동안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15일과 17일에는 TV토론이 예정돼있다. 민주당 내 경선은 26일부터 다음달 1일 투표가 진행돼 최종 후보가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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