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수위 낮추려는 정부…"기업'보호'법이냐"
기업 규모 따라 적용 유예 논란
사업주 책임·처벌 수위도 관건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당초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보다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강화하는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산안법 체계에서도 사업주의 안전 관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강화하고, 책임을 보다 엄하게 물으면 재해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추진하자 보다 완화된 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유예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4년간 적용을 유예하자고 돼 있어 정의당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데,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50~100인 미만 2년 유예를 추가로 제시한 의견을 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난다는 점을 짚으며 "원청책임도 약화, 처벌도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고 했더니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을 가져온 셈이다. 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법 이름에 담겨있든 '처벌'을 담고 있다보니 형법과의 충돌 등 위헌이나 과잉입법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안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처벌 수위만 놓고 보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낸 법안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가장 높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중대재해법은 이에 우선 적용해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허병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유사한 유형의 과실범 내지 안전의무 위반범에 대한 법정형에 비추어 형이 높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정부는 처벌 조항을 두되 벌금 상한을 '10억원 이하'로 하자고 했다. 지난 24일 열린 법사위 소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라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함께 부과)할 수 있다'는 조문도 제시했다.
박주민 의원안에 포함돼 있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사라질 공산이 커보인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5년간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등은 중대재해의 원인 제공자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이는 위헌 논란 소지가 있는 대표적 내용으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빠졌고, 정부도 삭제하자는 안을 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과 관련해서는 손해액의 '5배 이하'를 제시했다. 박주민 의원안의 '5배 이상'이나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의 '3배 이상 10배 이하'에 비해 대폭 낮춘 것이다. 허 전문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가 불법행위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의 예외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일반적으로 ‘손해액의 3배’로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과도할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의 의무 부담 규정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돼 왔다. 허병조 법사위 전문위원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종사자 또는 이용자가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수범자의 입장에서 부담하는 의무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될 뿐 아니라, 기업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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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유해·위험한 기계·기구·설비에 의한 위험' '중대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의한 위험' '추락·붕괴 등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장소에서의 작업에 따른 위험' 등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무 규정이 보다 촘촘해야 법의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정부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 공무원 처벌 특례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인·허가권 또는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으로 범위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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