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17일은 김정일 사망 9주기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9년이기도 하다. 이 두 지도자의 시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가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전략'은 국가의 당면목표, 안전보장을 위해 모든 능력을 종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가전략은 지도자의 스타일, 조성된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유훈정치'라는 공통의 기반을 갖고 출발했다. 선대의 유훈과 항일전통의 '계승자', 유훈은 권력 세습의 절대적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국가전략은 달랐다.


우선 김정일 시대는 유훈통치, 선군정치, 우리식사회주의, 붉은기철학, 총대철학, 강성대국 등을 강조했다. 김정일은 이념적 '권위'를 중시했고 항상 이념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용성보다는 주민들에게 의식적인 세계관을 주입하는 데 필요한 '전체적 이념'이다. 대주민 정치 역시 시장억제정책, 물리적 통제 강화였다. 내건 이념적 구호와 정책 모두 체제 유지, 방어적 이데올로기에 집착했다. 변화하는 대외 정세와 경제난 속에서 체제 유지가 통치의 초점이었다. 그의 국가전략은 경제난 극복, 국가위기관리, 대외적 안전보장으로 모아진다.

김정은 역시 '유훈관철'로 출발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도사상으로 삼았다. 선대와의 '계승'을 강조한 것 역시 김정일과 유사하다. 그러나 전략적 구호는 김정일 시대와의 판이하게 다르다. 당의 영도, 우리국가제일주의, 전략국가, 사회주의문명국, 세계적 추세, 과학기술제일주의, 지식경제, 혁신·창조 등이다. 대부분 국가성을 강조하고 구체적 목적과 특정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실용적인 실천구호다. 그는 이념의 철학적 체계화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대주민 정치에서도 시장 활용정책, 이동성 허용, '애민정치'를 적극 펼치고 있다. 그는 대내적으로 경제혁신, 대외적으로 정상적 대외관계 수립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그의 국가전략은 '새로운 관계수립'과 '경제발전', 그리고 이를 위한 '안전보장'이다.


이 두 지도자 모두 유훈, 세습, 정권 안전보장이라는 공통의 기반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표방하는 국가전략은 달랐다. 김정일 시대가 경제난 극복, 위기관리, 방어적 대외관계 등을 통해 체제유지에 초점을 두었다면, 김정은 시대는 국방력 강화(핵·미사일 고도화), 경제부문 혁신·발전, 북·미관계 개선 등을 통한 대외적 '현상변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체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비핵화를 수단으로 북·미 새로운 관계 수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지도자의 차이는 권력 운용시스템에서도 나타난다. 김정일은 위기관리에 급급했다. '선군정치'를 표방했다. 당과 군, 공안기구의 핵심 엘리트들이 모인 '국방위원회'를 통해 국가를 운영했다. 군은 특권을 누렸다. 국가의 주요 전략과 정책을 결정하는 당 회의가 1993년 이후 거의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의 '결정'을 통해 모든 사안이 처리됐다. '위기관리'가 목표가 되면, 당적 절차와 결정은 번거롭게 느껴지는 반면, 군의 신속함과 물리력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선군'의 비정상성은 위기관리의 한 차원이었다.


김정은은 당 중심의 통치를 선언했다. 36년 만에 당대회를 개최했다. 열리지 않던 당 회의들을 정상화했다. 군의 경제적 특권도 줄여 내각으로 이전했다. 군과 공안기구에 대한 당적 통제도 강화했다. 전략무기 개발과 포병 중심의 전력구조 개편, 군부의 위상을 조정했다. 당-국가체계의 복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상화는 대외적으로 새로운 관계 수립, 경제협력을 대비한 국가 조직 정상화, 대외 협상력 차원의 국방력 강화 등과 연관돼 있다. 2021년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차다. 북한이 내놓을 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의 대북정책 모두 김정은 시대가 욕망하는 것에 주목할 때다.

AD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