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또 하나의 칼인가, 검찰개혁의 완성인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경제3법 본회의 처리를 앞둔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배경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 입법·사법·행정부를 망라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의 출범을 놓고 청와대와 여권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권력자가 쥐게 될 또 하나의 칼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는 검찰개혁 신호탄이자 비리 견제 역할"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공수처 출범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생긴다는 데 있다. 24년 전 공수처 입법을 처음 청원한 참여연대가 공수처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논평을 통해 "공수처 출범은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다는 점에서 본격적 검찰개혁의 시작점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이 때문이다.
실제 공수처가 검찰 견제 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이어졌다. 검찰의 비리 추궁 장치로 효과적일 수 있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공수처가 많이 부각돼 왔다는 얘기다.
검찰 권력 분산 외 권력형 비리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수처 설치의 취지가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기구 운영에 있는 만큼 국가 전체적으로는 사정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도 공수처 설치의 지지기반이 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검찰간부 비리사건 등에서 입증된 탓에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향후 공수처장 선정에 직접 관여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은 개정안 국회 통과 후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구시대적 명분을 뿌리 삼는 지배와 복종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힘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과 상호 견제 역할을 하면서 '조직 내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권력이 검찰을 이용하는 시도도 불가능하며,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나 표적 수사 등 억지 수사관행도 타파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측은 공수처가 '야당 탄압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는 거의 대부분 정부·여당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사정·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 출범'을 당부하기도 했다. 공수처장 선출을 위해 1년 만에 법을 개정한 더불어민주당도 연내 출범을 목표로 후속 절차에 착수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반발과 야당 추천위원의 법적 대응 가능성에도 여권이 공수처장 추천 절차에 돌입하면서 내 년초 출범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현 시점에서는 공수처장 후보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보다 기존 후보군 중에서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방안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출범까지의 기간도 최대한 단축시켜 잡음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지난 회의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전현정 변호사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정치권에서 우선 거론된다. 전 변호사는 추 장관이, 김 선임연구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공수처 출범을 지지했던 측은 첫 수사 대상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법 개정에 따라 공수처장을 선출하고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면 권력형 비리나 고위 공직자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각종 부패·비리 혐의를 망라한다.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까지 포함된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고위 공무원 등이 대상이다.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해당된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 입법·사법부 고위 공직자도 모두 해당돼 수사 대상은 7000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검사가 2000여명, 법관이 30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성패 관건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 위헌 요소 제거돼야"
공수처에 대한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출범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가장 큰 이유는 공수처가 권력을 가진 쪽이 휘두를 수 있는 '잘 드는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공수처가 검사와 대법관을 포함한 판사들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정권이 검찰은 물론 나아가 사법부까지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정적인 야당에 대한 탄압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파괴와 전체주의 독재국가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다"며 대통령 직함까지 빼고 독재를 언급한 것 역시 이처럼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엄청난 부작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12일 KBS1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도 공수처의 폐단을 언급하며 '검찰 장악'과 '야당 정치인 탄압'을 우려했다.
그런 면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여야가 합의로 마련한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 조항을 여당 주도로 폐지한 것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개정된 공수처법은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이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완화했다.
위원회 구성이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2명의 여당 추천위원 ▲2명의 야당 추천위원 등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해도 나머지 5명의 위원의 합의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과 1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야당 몫의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 2명 중 1명을 정의당에서 추천할 것으로 판단, 의결정족수를 6명으로 정했다가, 스스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며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게 되자 뒤늦게 법을 고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여당이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공수처장이 임명될 수 있게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국은 '내 편'이라 여겼던 정의당을 의식한 법조항이었을 뿐, 속내는 여당이 원하는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것이었다는 게 최근 법 개정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찬성 당론을 어기고 기권표를 던졌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개혁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 없이 검찰개혁도 없다"며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여당은 개정법에 야당이 일정한 기한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접 야당 몫의 추천위원을 위촉할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시켜 공수처와 관련해 야당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철저히 제거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공수처장 뿐만 아니라 공수처에서 수사를 맡게 될 수사처검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친정부 성향의 단체 출신들이 대거 임명될 가능성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사실상 여당이 야당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원하는 후보자를 공수처장에 임명할 수 있게 됐는데, 공수처장이 임명하는 공수처 차장 외에 수사처검사들까지 특정한 정치성향을 가진 변호사들로 채워질 경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개정을 통해 수사처검사의 자격요건인 '10년 이상의 변호사 자격'을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으로 완화하고 나아가 '5년 이상 실무 경력'을 아예 없애버린 것은 누가 봐도 판사나 검사 등 실무 경력이 없는 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수사처검사로 대거 중용할 길을 열어놓은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공수처법 제8조 1항은 수사처검사의 임명을 위해선 같은 법 제9조의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제9조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인 처장을 포함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인사위원 역시 후보자추천위원처럼 야당이 2명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이 인사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수사처검사 임명이 불가능해 공수처장과 차장만 있고 검사가 없는 공수처가 출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공수처 규칙 개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이론상으로는 하위의 규칙을 개정해 상위법인 공수처법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이처럼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개정 공수처법의 문제 조항들 외에도 공수처법의 여러 조항들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헌법상 설치 근거가 없어 헌법기구가 아니면서도 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기구라는 ▲법체계상 문제 외에도 ▲수사 대상에 따라 수사만 가능한 경우와 수사와 기소 및 공소유지까지 가능한 경우를 구별해(법 3조) 평등권을 침해하고 ▲고위공직자 가족의 범죄까지 고위공직자범죄로 규정해 공수처가 수사하게 함으로써(2조) 헌법상 자기책임 원리에 반하고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하며 ▲법 시행 전에 퇴직한 고위공직자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 시켜(2조)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위헌 요소로 지적된다.
그밖에도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검찰 등)에 이첩을 요청할 경우 응하도록 한 것(24조 1항)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것(24조 2항)은 헌법상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 책임자인 검찰총장보다 일반법에 의해 설치된 공수처를 상위에 둔 것이라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강석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위헌소원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위헌소원 청구와 함께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들 헌법소송이 공수처법 시행 전에 제기된 반면, 공수처가 출범한 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수사 대상자들이 공수처의 위헌성에 대해 헌재에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특별변호인을 맡고 있는 이완규 변호사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를 시작하지 않아도 위헌소송이 가능하다"며 "가장 확실한 헌법소송은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할 때다. 압수수색 들어오면 바로 위헌소송 내고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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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년부터 검경 간 수사권조정을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과 개정 검찰청법이 시행되면 경찰과 검찰의 달라진 수사권 배분으로 인해 이들 수사기관과 국민들의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최상위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출범에 앞서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위헌성 제거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임은 분명하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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