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감원의 '내로남불'
라임 판매 금융회사 CEO에 중징계 방침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 연루 끊이지 않아
직원 통제 소홀한 '금감원 CEO' 제재는?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라임ㆍ옵티머스 사태로 금융권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환매 중단된 피해 규모는 라임 1조6000억원대, 옵티머스 5000억원대로 역대급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모두 손실을 신규 가입자의 투자금으로 막는 '폰지(다단계 돌려 막기)' 수법을 사용했다. 전형적인 금융사기 사건이다. 특히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해 연 3%대 수익을 낸다고 거짓 선전하고 3조원어치나 펀드를 팔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사기 자산운용사를 서류 심사만으로 등록시켰고, 대형 은행ㆍ증권사들은 검증 없이 고객들에게 펀드를 판매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더 충격적인 것은 희대의 사기 사건에 금감원 전ㆍ현직 직원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전 팀장 A씨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씨에게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고 검사 정보를 넘겨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또 자산운용검사국 B씨는 작년 8월 라임 검사계획서 등 기밀 문서를 A씨에게 전달했고, 이 문건은 김씨에게 넘어갔다. 광주지원장을 지낸 C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 수석조사역인 D씨는 옵티머스와 연관된 회사의 감사를 지내 구설에 올랐다. 금융비리를 척결해야 할 금감원 직원들이 되레 비리를 돕는 공범 역할을 해 피해자들과 금융사에 거액의 손실을 안긴 것이다.
금융사에 무소불위의 통제권을 갖는 금감원 직원의 비리 연루는 대형 금융비리가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수조원대 금융비리 파문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2011년 저축은행 사건 당시 부실 대출을 눈감아주고 거액을 받아 챙긴 금감원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동양그룹 사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등에서도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을 통합해 출범한 금감원은 막강한 권한에 더해 억대 연봉, 정년 보장 등 공무원과 민간회사 직원의 좋은 점을 모두 누려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금융사에 대한 권한이 크다 보니 비리 연루 임직원이 적지 않았지만 그동안 개혁은 말 뿐이었다. 반민반관(半民半官) 형태의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통보했다.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직무정지가 그대로 확정되면 이들 CEO는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퇴출 조치다.
금감원은 중징계 근거로 '부실한 내부통제'를 들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그 시행령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융사 CEO가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으니 그 책임을 지고 옷을 벗으라는 논리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융사) 직원 일탈 행위가 생기는 것도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며 금융사 CEO들에 대한 중징계 의사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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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과 옵티머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금감원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한 몫 했다. 금감원이 사전에 인지는 못했더라도 초기 대응을 적절하게 했더라면 피해를 상당액 줄일 수 있었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금감원 직원들의 일탈 행위,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감원장에게 묻고 싶다. '부실한 내부통제'의 책임을 물어 '금감원의 CEO'인 본인 스스로에겐 어떤 제재를 내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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