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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할 원전 파일이 너무 많아서 'shift+delete 키'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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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
산업부 직원들 관련 자료 밤 몰래 삭제

20일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감사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의 이유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발표했다./윤동주 기자 doso7@

20일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감사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의 이유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발표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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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삭제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그냥 폴더째로 삭제했습니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감사 방해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A 국장은 2019년 11월 부하직원 B씨로부터 월성 1호기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A 국장은 부하 직원들을 회의실로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부하직원인 B씨에게 컴퓨터는 물론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B씨는 동료와 함께 밤 11시가 넘은 시각 사무실로 들어가 다음날 새벽 1시 16분까지 약 2시간 넘게 월성 1호기 감사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B씨는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하면 마음에 켕길 것이라 생각해 폴더를 삭제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산업부에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우선적으로 삭제했다. 이어 삭제 후 복구가 돼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해 다시 저장한 후 삭제했다.

그러다 삭제할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PC의 단순 삭제 기능(shift+delete 키 사용)을 이용했다. 이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자 이들은 폴더 자체를 삭제했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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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전에 산업부에서 '자원개발'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산업부 내에서 자료를 지울 때는 그냥 단순삭제는 전부 복구되니 지울 거면 제대로 지워야 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외부 기관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자료를 삭제하는 경우가 이번만이 아니었다는 황당한 실토인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22개의 폴더 분량의 444개 파일이 사라졌다. 파일120개는 끝내 복구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직원 2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감사와 관련해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었다"며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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