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국감 자료요구에 지친 경기도 "거부만이 진정한 자치"
[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 국회의원이 여전히 자치사무와 국가위임 사무를 구별하지 못하고 정신나간 경기도는 늘 하던대로 5년이고 10년이고 의원 요구대로 자료를 만든다. 경기도 자료만 요구하는 게 아니고 도내 31개 시ㆍ군까지 자료 요청이 이어진다. 시ㆍ군은 우릴 보고 정신 나간 경기도라고 한다. 도청 주무관이 무슨 힘이 있어 자치사무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지방정부는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요구 거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난 8일 경기도청 게시판에 한 직원이 국정감사와 관련해 올린 글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과거부터 있었고 이에 대한 불만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예년과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질환 확산으로 공직사회는 지난 1년간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최근에는 강원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작년에는 공직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순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국감을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현행법 상 국가위임 사무가 아닌 지방 자치사무에 대해서 국회가 감사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직원은 "국감(국회 국정감사)이나 행감(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한다"며 현재의 감사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직원은 특히 "의원들의 자료 요구도 심각하다"며 "어떤 의원은 10년치를 요구한다. 여기에 시ㆍ군자료까지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경쟁하듯 엄청난 자료요구에 예산낭비도 보통이 아니다"며 "직원들 봉급압류 현황, 어린이집 운영현황 등 국감과 관련없는 어처구니없는 자료 요청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일부 국회의원은 도정에 대해 A부터 Z까지 꼬치꼬치 확인하려고 한다"며 "이게 진짜로 도의원이랑, 감사실 직원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일부 직원들은 노조의 안일한 국감 대응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한 직원은 "과거에는 노조에서 국감을 앞두고 국회를 찾아가 과도한 자료 요구를 하지 말도록 요청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요청하는 자료를 맞추다보니 국감날인 19일 새벽 5시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질의응답서를 작성했다"며 "집에가서 씻고 국감 때문에 다시 출근해야 할 상황"이고 전했다.
경기도는 올해 4년만에 처음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2개 위원회 국정감사를 받는다. 이는 2016년이후 4년만이다. 행안위는 매년 경기도 국감을 진행해왔지만, 국토교통위는 2016년 이후 경기도 국감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들 2개 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감 자료 요청은 18일 오전 기준 1920건으로 집계됐다. 도는 최종 자료 요청 건수는 2000건을 훌쩍 넘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개 위원회 소속 의원이 52명인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평균 자료 요청 건수는 3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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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명의 의원 중 자료 요구 최다 의원은 103건을 요구한 최춘식 국민의힘당(포천 가평군) 의원이다. 이어 100건을 요청한 권영세 국민의힘당(서울 용산) 의원이 2위에 랭크됐다. 3위와 4위 자료 요구 의원도 국민의힘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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