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액손모빌·셰브런, 원유 생산량 늘리며 덩치 키우기
유럽계 BP·로열더치셸, 저탄소 매출 기업 10배 확대 청사진
기후변화, 정책, 유가 전망 등이 다른 선택 만들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지구촌 기상이변 등 초유의 위기에 미국과 유럽 석유메이저들이 상반된 생존해법을 제시하면서 원유시장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는 반면, 미국기업들은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표격인 러시아가 미국 입장을 두둔하면서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정반대 선택…美 "석유 올인" vs 유럽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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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신을 꾀하는 기업들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등 유럽계 대형 에너지 회사들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신규 유정 탐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등 석유 관련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배당금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지만,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신속히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BP는 석유나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40% 삭감했다. 대신 저탄소 배출 관련 사업을 현재보다 10배 늘려 연간 5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로얄더치셸이나 에니, 토탈, 렙솔, 에퀴노르 등 다른 유럽계 석유회사들도 비슷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BP와 에퀴노르는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계인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원유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셰브론은 최근 130억달러(15조1100억 원)를 투입해 경쟁사인 노블에너지를 인수했다.

사업지향점의 차이는 유럽과 미국의 처한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 유럽은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재생에너지 투자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달 프랑스는 1000억유로(136조4200억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는데, 이 가운데 녹색경제 전환에 300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의 분위기는 이와는 크게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속임수'라며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셰브론이 탄소를 포집해 대기 중에 배출되지 않는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데 11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지만 국제기구나 환경단체들은 미국 메이저의 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정보업체 모닝 컨설트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책 등의 형태로 화석연료 업계에 지원한 예산은 716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지원된 금액은 3억49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유가 전망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BP 등 유럽기업들은 석유 시장이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석유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유가가 다시 오르고 관련 산업이 살아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견해에 러시아가 판세를 흔들고 있다. 미국 입장을 두둔하며 신규 투자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공급과잉 상황이 공급부족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 유정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에 유정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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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디디에르 카시미로 부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그들(유럽 에너지 기업)은 핵심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라면서 "누군가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공급 측면에서 존재론적인 위기"라면서 "가격이 요동칠 수 있는 존재론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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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러시아기업들의 입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전환기의 석유와 가스 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되기 위한 (에너지 회사들의) 대규모 자본 배분 움직임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 역시 대부분의 석유 관련 기업들의 경우 노력이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목표 달성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렸다. 석유회사 등이 보유한 확정 매장량과 이미 생산이 진행 중인 매장량을 모두 개발할 경우 기온 변화를 섭씨 1.5도 이내로 묶어두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총회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만 넘어서면 기후 변화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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