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재정팽창이 청년층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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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가 공표한 '20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9%(추가경정예산 포함)에서 매년 3~4%포인트 증가해 2024년에는 58.3%가 된다. 금액으로는 이달 현재 국가채무가 84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이후 118조1000억원 늘었고,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총 417조6000억원의 국가채무가 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각각 수습한 김대중정부(85조4000억원)와 이명박정부(180조8000억원)의 국가채무 순증분(266조2000억원)보다 151조4000억원이 더 많다.


기존 암묵적 상한선(국가채무비율 40% 기준)이 지난해 5월 정책당국자의 뇌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후, 이 비율이 실제로 급등한 점은 우려스럽다. 일각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아직 낮다며 국민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부동산버블 붕괴로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이 비율이 불과 3년(2007~2010년) 사이에 25%에서 93%로, 36%에서 61%로 급등했던 경험을 '우리와 다르다'며 무시할 수 없다. 저성장ㆍ저출산 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가채무 급증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올해 추경으로 눈을 잠시 돌려보자. 네 차례의 추경(66조8000억원)은 가계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고용안정과 소득안정이 주된 초점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추경 사업이 일회성ㆍ대증적 차원에 그친 데다 특히 청년층의 유인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이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지난 10여 년간 재정이 명확히 정의된 대상을 겨냥해 효율적ㆍ효과적으로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집행됐다고 평가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내는 취업 청년을 생각해보자. 성실하게 일해서 낸 세금이 국민 또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심성 돈잔치나 과도한 퍼주기로 쓰인다면 어떨까.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일하려는 의욕이 반감될 것이다. 취업 준비 중인 청년이라면 또 어떨까. 취준생 자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며 성에 차지 않는 일자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할 것이다. 실제로 추경으로 마련된 일부 청년일자리가 정작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실패 또한 청년층의 유인구조를 심히 왜곡시켰다. 성실한 흙수저 청년들이 땀 흘려 번 돈으로 자기집을 마련하던 시대는 이제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집값 상승으로 횡재하지 않고서는 집 사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청년들은 부동산ㆍ주식ㆍ경매시장으로 내몰린다. 성실한 청년들이 건전한 생산활동이 아닌 대박 내기에 올인하도록 강권하는 사회에 경제활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산은 다름 아닌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다.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이스(A. Lewis)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용어로, 국민의 근로의욕, 성실성과 도전정신을 가리킨다. 우리 국민은 20세기 후반 내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이 '의지' 하나로 오늘의 번영을 일궈냈다. 지난 10여 년간 재정지출 확대가 우리 경제를 앞으로 짊어져야 할 청년층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어느 틈에 크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집행된 점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 내내 꾸준한 쇠락 끝에 완전히 망가져 버린 아르헨티나 경제를 다뤘다. 칼럼은 아르헨티나의 쇠락이 "(너무) 서서히 진행되는 바람에 (다들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오히려) 달콤하게 빠져들었다"고 묘사했다. "나라가 쇠락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빵을 계속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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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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