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제언과 한국경제의 과제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8월 11일 '20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보고서'가 발간됐다. OECD는 한국경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보고서를 2년마다 발표한다. 한국경제를 타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고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독보적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려운 도전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OECD 보고서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줄곧 제기된 과제와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가 6월에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도 유사하다. 새로운 과제를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지속되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한국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선방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방역 시스템, 신속하고 적극적인 정부정책,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협력 등 위기 대처에 필요한 3요소를 한국이 갖추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한국경제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 대규모 자본유출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위기에서는 경제적 충격에 비해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었다. 적극적인 재정ㆍ통화 정책,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신흥국 채무상환 유예 등 세계적인 정책공조가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주효했다. 국내에서는 위기 전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관련 대출규제와 외환건전성 규제 등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해둔 것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물론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수부진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고용 감소폭도 축소됐지만, 아직 경기 회복을 말할 수준은 못 된다. 경기를 뒷받침하고 경제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은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 특히 OECD가 제시한 중장기 과제는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OECD 보고서는 고령화에 대비한 고용정책과 디지털 기술 확산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저출산ㆍ고령화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도전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심각한 고령화를 겪은 일본보다도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 성장률이 반등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 축소로 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청년층의 감소는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노동공급 축소 완화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기업은 고임금을 줘야하는 고령층의 고용을 꺼린다. 고령층은 평생 쌓은 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에서 생소하고 전문성이 없어 만족도가 낮은 직업으로 옮기게 된다. 임금피크제를 동반한 정년연장이 제안되었으나,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OECD에서 제언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개선이 부각될 것이다. 디지털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한국판 뉴딜에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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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한국경제가 변화에 적응할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코로나 이후 부상할 신성장 산업으로 자원이 재배분되려면 사양 산업에서 기업이 퇴출돼야 한다. 고용 사각지대 해소, 실업자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급변하는 수요에 신속히 대처하려면 대학 전공 선택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교육 시스템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 경기대응정책과 달리, 구조개혁정책은 단시일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단기적인 비용과 갈등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심은 나무가 언젠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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