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사자도 반대하는 고용보험 의무화…누굴 위한건가
특수근로자 고용보험 의무화
연내 입법추진에 보험업계 패닉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2025년까지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 추진에 나서면서 보험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한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고용안전망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다. 사회적 논의가 전제가 되야할 사안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불을 댕겼다.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로 부상하면서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없이 일방적인 발표에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화들짝 놀란 고용부는 이달 23일 난데없이 의견 청취를 이유로 보험협회 관계자와 설계사들을 소집했다.
설계사들은 사실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라는 것을 감안해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정부와 업계가 상당한 입장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채 자리는 끝이 났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설계사들의 성토는 십분 이해가 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험 영업 현장의 분위기는 개점휴업을 방불케 한다. 보험사들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설계사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할 정도다. 그럴 수록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2017년 보험연구원이 설계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찬성한 비율은 16.5%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은 반대를 했다는 얘기다. 2013년 고용부 조사에서도 원하는 사람만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77%나 나왔다.
상당수의 설계사들은 소득 신고로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돈 잘버는 설계사들은 고용보험에 관심이 없다. 자발적 이직이나 전직이 잦은 것도 문제다. 신입 설계사의 1년 후 정착률은 생명보험 38.2%, 손해보험 53.3%에 그친다. 신입 설계사 10명이 있다면 1년 뒤에 6명이나 관둔다는 의미다.
보험사나 법인대리점(GA)은 보험료 부담을 떠안게 된다. 비용을 줄이려면 결국 실적이 좋지 않은 설계사와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전환을 앞당겨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도 있다. 설계사를 실업으로 부터 보호하려다 실업으로 내모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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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정능력이 취약한 중소 GA들은 보험료를 내기 위해 더욱 수익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팔고 보자'는 식으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설계사나 보험사와 GA, 소비자를 불행하게 만들 고용보험 의무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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