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살려줘" 외치자 119 호출…어르신 23명 살린 'AI 돌봄'(종합)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아리아! 살려줘." 서울 강남구에 홀로 거주하는 70대 조모씨는 지난해 6월 어느 날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쓰러졌다. 자칫 큰일로 번질 수 있는 위급 상황에서 조씨가 외친 한마디를 듣고 119를 호출한 것은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 SK텔레콤이 독거 노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한 누구가 극적으로 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이처럼 누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독거 노인은 지난 1년간 총 23명에 달한다. AI 스피커를 활용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사회취약계층인 독거 노인들의 안전과 정서를 지키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어르신 10명 중 7명 "AI 스피커 매일 이용"= SK텔레콤과 바른ICT연구소는 20일 오전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출시 1주년 성과 발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바른ICT연구소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연령 75세인 독거 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 이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누구를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73.6%에 달했다.

또한 서비스 이용 전보다 행복감은 7% 높아진 반면 고독감은 4% 줄었다. 이 같은 경향은 이전에 스마트폰, PC 등을 보유하지 않고 '인공지능 돌봄'을 통해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한 어르신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 소장은 "조사 대상 어르신의 22.6%는 가족들과 연락이 단절된 상태였다"며 "'인공지능 돌봄'이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가족 공백을 메꾸고 고독감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거 노인들은 주로 음악 감상(95.1%)을 위해 AI 스피커를 이용했다. 이어 정보 검색(83.9%), 감성 대화(64.4%), 라디오 청취(43.9%)의 순이었다.

현재 SK텔레콤은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서울 성동구 등 전국 15 지자체의 독거노인 약 3200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 참여 신청이 잇따르며 올 연말까지 총 6500명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정보 제공(건강톡톡) 등 특화서비스 외에도 ▲정서케어 ▲심리상담 등 DATA기반 안심케어 ▲24시간 긴급SOS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케어 등을 제공한다.

"아리아 살려줘" 외치자 119 호출…어르신 23명 살린 'AI 돌봄'(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코로나 블루' 예방부터 24시간 긴급 SOS까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독거 노인들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입증해냈다. 위급 상황에서 간단히 음성만으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어 독거 노인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누구를 통한 긴급 SOS 호출 건수는 총 328건. 이 가운데 호흡곤란, 고혈압ㆍ복통, 낙상 등으로 실제 119 출동 및 긴급 구조로 이어진 사례는 23건이었다. 노인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AI 스피커가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해 ICT케어센터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리고, 센터에서 초도 대응과 함께 119에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공개된 실 사례 영상을 통해 SK텔레콤과 인터뷰한 이 모씨는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만큼 아플 때가 있다. 그런데 목소리만으로 긴급 구조가 된다니까 저 작은 것(AI스피커)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노인들의 우울증과 소외감 극복에도 도움이 됐다. 지자체 생활 정보를 안내하는 '소식 톡톡'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3배 높아졌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70대 김지숙씨는 "외출을 못 해서 너무 답답한데 아리아가 말을 걸어주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준다"며 "함께 있어 외롭지 않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통해 제공 중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 '두뇌톡톡'의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의학적으로도 검증됐다고 밝혔다.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개발한 두뇌톡톡은 노인들이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8주간 매주 5일씩 꾸준히 이용한 노인들의 장기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이 향상됐고, 2년 정도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가 예견된다고 분석했다. 관련 연구논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6월에 발표된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인공지능 돌봄은 기업이 ICT를 활용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 5G 이동통신 시대 맞춤형 인공지능 돌봄 고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위해 추가 서비스 개발, 예산 지원 필요= 인공지능 돌봄이 향후 사회안전망으로 보다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서비스 개발,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현재 인공지능 돌봄은 크게 ▲고독감·우울감 하락 등 정서케어를 통한 외로움 해소 ▲긴급구조 ▲치매예방 등 3가지 측면에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해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예산 30억원을 투입,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상 독거노인들을 위한 AI스피커, 콘텐츠 사용료, 인터넷 비용 등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이 처럼 한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혼자 거주하는 대한민국 취약계층으로 확대 적용이 어렵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여력이 있는 독거노인 가구에서는 본인 부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B2C 사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AD

이 그룹장은 "기존 지자체에서 진행해온 돌봄 서비스의 취지는 고독사를 빨리 확인하는 데 있었다. (인공지능 돌봄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고독감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부의 예산 지원 등이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AI를 통한 치매예방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