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아무도 모른다, 팬데믹 이후의 공포는
빅픽처 경제학 - 김경수 저
"경제 부진이 계속 될 때 분노와 갈등 더 심해져…자유화, 세계화는 궁지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침체, 통찰력 있게 분석
팬데믹 이후에는 어디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은 세계 경제를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뜨렸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현 수준의 조치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실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부진이 계속될 때 세상의 분노가 더 커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리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세상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주의와 세계화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2018년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빅픽처 경제학'에서 "현재로선 세계 경제가 언제 부진을 벗어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저자는 세계화가 "중국과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명이 굶주림에서 해방되고 선진국과 후진국 간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불황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사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세계화가 2008년 이후 휴지조각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황금구속복을 집어던진 세계'라고 표현했다. 황금구속복이란 '국가가 이 구속복을 입을 때 경제적 번영은 약속 받을 수 있으나 대신 경제적 자주권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화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황금구속복은 약속한 번영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그에 이은 대침체기가 시작되면서 일반 대중은 엘리트들이 추진한 세계화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믿게 됐으며 결국에는 그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했다.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분노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완벽한 쌍방향 매체가 됐다."
이런 표현도 보인다. "브렉시트, 트럼프와 미국 우선주의, 포퓰리즘, 무역전쟁, 소셜미디어 등등. 우리가 익숙했던 세계의 풍경은 뒤로 물러가고 점점 낯선 세상에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화 거부의 불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였다. 저자는 미국 우선주의 개념의 탄생 배경으로 '백인 중년의 사망률'을 꼽았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그의 부인인 같은 대학 앤 케이스 박사가 그해 발표한 '21세기 높아지는 백인 중년의 질병률과 사망률'이라는 보고서를 보자. "주요 선진국 국민보다 낮았던 미국 백인의 사망률 추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역전됐고 2010년대 들어와선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이다.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들 가운데 약물 남용, 자살, 간질환으로 세상을 등지는 이가 늘었다.
'빅픽처 경제학'의 저자는 사망률 변화가 미ㆍ중 무역과 연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80~2007년 사이에 중국 수입품과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에선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학력 노동자층의 심각한 고용 감소가 일어났다"며 "'차이나 쇼크'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이 집중된 지역에 장기적 파급효과를 미쳤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경제적 변화는 사회ㆍ정치 영역으로 번져 '위험한 삶의 시대'가 도래했다. 자유주의 퇴조의 최대 피해국으로 한국이 꼽혔다. 대외 의존도와 지정학적 위험 모두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3년 동안 일간지에 기고한 글들로 퍼즐 삼아 '빅 픽처'를 그렸다. 20세기 말 세계 경제 통합에서부터 중국의 부상,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기 대침체까지 살펴본 것이다. 결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시대를 이끌어온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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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잠시 쏟아지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대로 향하는 전조"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낭떠러지 앞에 다시 서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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