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40%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을 갖고 있지만 성인 중 59.3%는 월 1회 이상 음주 경험이 있을만큼 술 문화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9세기 중엽 조선 땅을 밟은 프랑스 선교사 마리 니콜라 앙투안 다블뤼 주교. 그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시골에 은신한 기간 동안 파리의 외방전교회와 가족에게 많은 편지를 남겼다. 조선말에 능통했고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벽안의 선교사 눈에 비친 당대 조선인들의 생활상은 독특했다. 특히 그가 기술한 '조선사 입문을 위한 노트'에는 조선의 음주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시각이 담겨있다. "식탐은 조선인들이 가진 악덕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의정이나 임금도 공공연히 폭음을 한다.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바닥에 뒹굴거나 술을 깨기 위해 잠을 잔다. 그래도 아무도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고 혼자 쉬도록 내버려 둔다." 다블뤼 주교의 서술처럼 조선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술 권하는 문화는 법도이자 예의로 통용됐다. 이를 두고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배가 너무 커서 반드시 커다란 사발에 술을 따라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단숨에 들이킨다. 이는 술을 뱃속에 쏟아붓는 것이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셨다 하면 취하고, 취했다 하면 매번 주정과 난동으로 끝나는 것이 술자리"라고 한탄했다. 때문에 이런 자리에서 술을 못 마신다거나, 안 마신다고 했다간 고상한 척 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기 일쑤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오고 있다.
술찌는 술과 '찌질이'의 합성어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을 낮잡아 지칭하는 단어다. 어감이 귀여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40%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이른바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을 갖고 있다. 이는 몸에서 알코올을 거부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되고, 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이를 독성 없는 아세트산으로 분해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은 이 효소가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므로 전문가들은 음주 시 얼굴에 홍조가 나타날 경우 소량의 술도 건강에 해롭다고 경고한다. 아랍권 뉴스채널 방송인 알자지라는 과거 한국의 음주문화 보도에서 '한국은 알콜 중독자가 많고 술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악의 음주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찌질한 것이 아니라, 술을 억지로 마시는 사람이 찌질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용례
B: 나 한 잔만 마셔도 빨개지잖아.
A: 너 완전 술찌구나? 야, 술도 마셔야 느는 거야
B: 술 잘 마시는 게 자랑이냐. 그렇게 따지면 너도 술찌다.
A: 내가? 왜?
B: 너 지금 완전 술에 찌든 사람 같아 보여. 작작 마시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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