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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플라스틱 먹은 벌레를 사람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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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을 먹는 밀웜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스티로폼을 먹는 밀웜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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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플라스틱 먹은 벌레를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요? 이 이상한 벌레의 이름은 '갈색거저리 애벌레(Mealworm)'입니다.


딱정벌레의 애벌레(유충)로 국내에서 '고소애(고소한 애벌레)'란 이름으로 시판되는 식용곤충입니다. 식용곤충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모해 전해진 이름이 고소애인 것입니다. 영어로 '식사'라는 의미를 가진 'Mealworm'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식용임을 암시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7월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를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와 외국의 사용현황, 학계·연구소·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입니다. 식약처는 당시 밀웜은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이 전체 구성성분의 약 80% 이상을 차지해 식품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가 벌레를 식용으로 인정한 것이 놀라울 것은 없습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굳이 우리나라만 이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애벌레 종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미래의 고기라고 보도하기도 했고, 국내 유명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밀웜은 단백질 56.58%, 지방 28.20%로 쇠고기보다 근육 생성에 필수적인 가지사슬 아미노산(류신 4.5%, 발린 3%, 이소류신 2.5%)이 많은 고영양식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남미, 동남아에서는 식용으로도 사용하고 있고, 서구에서는 우주식량으로 밀웜 등 곤충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인구증가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지금처럼 육류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새로운 동물성 단백질 공급처로 밀웜을 주목하고 있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밀웜은 식량으로서의 이런 장점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아주 유용한 벌레입니다. 우선 애완 곤충이나 동물들이 즐겨찾는 먹이입니다. 어류, 조류, 포유류, 식충식물 등 모두 잘 먹는 먹이여서 다양한 종류의 사료 제작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것도 밀웜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종이는 물론 스티로폼도 갉아먹고도 일반 사료를 준 개체와 똑같이 자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스티로폼을 갉아먹고 자란다는 점에서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 밀월은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입니다.


밀웜의 소화기관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세균이 살고 있고, 배설물도 환경에 무해해서 플라스틱 공해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떠오른 벌레 중 하나가 바로 밀웜입니다. 2009년 대만의 한 고등학생이 발견한 이후 지지부진했던 연구는 지난해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밀웜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분해효소를 발견하면서 진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내 시판 중인 식용 밀웜(고소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국내 시판 중인 식용 밀웜(고소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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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밀웜 뱃속에 사는 강력한 박테리아는 플라스틱을 분해해 양분을 만들고, 나머지는 유기폐기물로 배출했습니다. 여기서 고민입니다. 플라스틱을 먹은 밀웜을 인간이 먹어도 이상이 없는 것일까요?


연구팀은 밀웜 100마리에게 태어났을 때부터 한 달 동안 매일 34~39㎎의 스티로폼을 먹였습니다. 섭취 후 24시간이 지나자 밀웜은 플라스틱의 절반 정도를 이산화탄소로 전환했고, 나머지는 농작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유기폐기물로 배출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플라스틱을 먹고 자란 밀웜들과 일반적인 사료 등을 먹은 밀웜들의 건강상태는 똑같았다고 합니다. 결론은 '먹어도 된다'입니다. 플라스틱은 밀웜의 장에서 아예 영양소와 무해한 찌꺼기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용 밀월에게 플라스틱을 먹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먹는 밀웜을 양식할 수도 있고, 이렇게 자란 밀웜은 다른 곤충의 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상상황에 처할 경우에는 밀웜이 인간에게도 충분한 영양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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