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와 정부수장의 달라진 경제행보
이재용과의 만남, 이 총리 의중 반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해 벽두부터 청와대 참모와 정부 수장의 경제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전날 노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오후에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 지난해 부진한 일자리 성적표를 받은 지 하루만에 내보인 공개발언과 행보라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경제 인식이 바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총리실 관계자는 “일정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용인과 거리가 가까운 점을 알고 삼성을 들르기로 결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리 본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총리의 경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조정실이 이번 삼성방문 일정을 며칠 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져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반도체와 5G 등 핵심사업에 대한 현황을 듣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현장 방문이 진행된다”면서 “경제 행보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최고위 인사들의 경제 행보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달라졌다는 평가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까지 청와대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부정 일색이었다. 지난해 8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통계청이 신규고용 5000명이라는 고용참사 수준의 자료를 발표하자 “죄송하다”면서도 “대기업, 수출중심기업 중심으로 돌아가선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홍장표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특위 출범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에 투자를 당부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언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대기업,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이고 경제현안을 담당하는 정책실장조차 대기업 총수들을 만날 분위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6개월도 안돼 이 총리가 재벌 총수를 단독으로 만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2일 대기업 총수들을 중소기업중앙회로 초청해 신년회를 갖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인 투자 활성화는 결국 대기업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 등 신임 참모들을 만나 “노 실장은 국회 산자위원장으로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고 정책에 밝으니 역할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게 해야 할 일”이라며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고 강조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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