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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전제일 대한민국을 위한 길

최종수정 2019.01.10 14:28 기사입력 2019.01.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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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갑부가 '파란 기린'을 잡아오면 억만금을 주겠다 했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파란 기린을 잡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 독일인들은 자료를 찾으러 도서관에 갔고, 일본인들은 품종개량에 착수했고, 중국인들은 파란 물감을 사러 갔다.

우스갯소리, 일본 책에서 읽은 농담이다. 특정 국민을 평가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농담은 여기까지인데, 불현듯 우리라면 어떻게 실렸을까 궁금해졌다. 총이든 칼이든 들고 무조건 잡으러 나섰다는 표현만은 아니길 바란다.
새해엔 안전 얘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는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로 시작해 밀양 세종병원 참사, 연말에는 백석역 온수관 파열, 강릉 KTX 탈선, 펜션 가스 참사로 이어진 까닭이다. 기해년 시작은 "안전 불감증! 총체적 부실! 더는 안 된다!" 등 지적이 어느 해보다 거세다.

허망한 사고는 역사가 깊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의 붕괴를 필두로 대연각 화재, 이리역 폭발, 1980년대는 경산 열차추돌 사고 등 주춤하더니 1990년대 서해 페리호 침몰, 아시아나항공기 추락, 성수대교와 삼풍아파트의 연이은 붕괴로 이어지고 새천년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 그리고 결국 대형 참사의 결정판과 같은 세월호 사태를 겪고도 또 작년과 같은 일련의 사고들로 이어졌다.
서울의 한 안전체험관의 대형사고 기록만 봐도 197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20인 이상 사망의 대형 사고는 어림잡아도 20건을 넘고, 사망ㆍ실종자는 2000명을 훌쩍 넘는다. 다시 말해 지난 약 40년 동안 2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나고 그때마다 100명 전후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걸 무슨 월드 클래스라 해야 할까? 아니면 참사 대국이라 해야 할까? 더 이상 자료를 찾기가 두려울 정도다.

그렇게나 '안전제일'을 외치고, '안전 불감증'이란 용어를 우리 국민을 다른 국민과 구분하는 가슴 아픈 특징처럼 얘기한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바뀐 게 없다. 많은 기관들이 대책을 쏟아내고, 많은 언론들이 대서특필 경종을 울려도 달라진 게 없다.
그간의 압축성장과 격한 개발논리하에 우리 국민 대부분의 안전 의식은 우선 공기(工期) 앞당기고, 이윤 확보하고, 사심까지 챙기고, 그리고 여력이 되면 그때나 고려해볼 수 있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 사고의 빈도와 양상을 보면 안중에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지난 연말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를 보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와는 너무도 다른, 내장이 터진 것 같은 우리네 땅속 모습과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보았던 지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서글펐다. 이어진 강릉 탈선사고나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에서도 잘못된 체결이 먼저인지, 경보체계 문제가 먼저인지, 앞뒤를 가려봐야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은 '기본'이고, 모든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것도 기술과 기능이 아니라 직업관과 직업윤리가 핵심이다.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고, 그렇게 많은 약속이 오갔음에도 바뀐 게 없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기관사도 세월호 사태의 선장도 직업윤리를 저버림으로써 사고를 참사로 키우고 말았다. 다른 대형 사고들도 설계자가, 시공자가, 감수자가, 운영자가 각자의 본분을 다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소박한 의문이 든다.

부실설계든, 부실시공이든, 불법 개조든, 정원 초과든, 부실 점검이든 모두 사람이 행하고, 그 원인은 직업적 소명의식과 윤리의식의 결여에 있다. 지금껏 우리가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고민한 흔적도 없고, 의견을 나눠본 일 또한 드문 화두이다. 하지만 허망한 참사의 반복을 막고, '파란 기린'의 농담처럼 조롱의 화살을 받지 않으려면 우리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안전제일'이니 '안전 불감증' 같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 국민은 고매한 인품에, 높은 자존심의 민족이라 '인간성'에는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는 '안전'이라 쓰고, '인격'이라 읽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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