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학(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교수)

김연학(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교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초 미국에서 6살 소녀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에다 대고 "인형의 집을 틀어주고 나에게 하나 가져다 줄 수 있니?"라고 무심코 이야기했는데 인형의 집이 실제로 배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전한 지역 방송 진행자는 우스갯소리로 "인형의 집을 주문해 주세요"라는 말을 했고, TV를 통해 가정으로 전달된 이 말은 미국 전역의 '에코'들에게 인형의 집을 주문하게 만드는 사태로 번졌다.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아마존이 환불을 해줌으로써 해프닝은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미국의 일이기는 하지만 음성인식 스피커가 상당히 확산돼 있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마존이 2014년 에코를 선보일 때만 해도 사람들은 단순한 가정용 오디오 스피커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국인 생활 깊숙한 곳까지 다가가고 있다. 2016년 말 약 780만대 그리고 올해 말까지 2000만대 이상이 보급될 전망이다.

현재 출시된 제품 중 최고의 음성인식 스피커로 꼽히는 에코의 경쟁력은 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로부터 나온다. 애플 '시리'나 구글 '나우'와 기능적 차이는 별로 없지만, 사람들이 주변 시선 탓에 스마트폰에 음성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거실'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PC가 가지고 있던 일상 속 IT주도권을 스마트폰이 빼앗아온지 10년 남짓됐다. 이제 음성인식 스피커가 그 주도권을 다시 장악해 나가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음성인식 스피커 보급 확대는 터치기반에서 음성기반으로 플랫폼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실제 음성 플랫폼은 터치 플랫폼에 비해 빠르고 편리하고 유연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통상 1분에 40개 단어 타이핑이 가능한 반면, 음성 플랫폼을 이용하면 150단어 인식이 가능하다. 또 핸즈프리 기능으로 동시에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질문 요지를 파악, 문제에 훨씬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성인식 스피커의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현 시점에서는 온라인 커머스ㆍ결제 서비스ㆍ구독 서비스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온라인 커머스는 '인형의 집'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먼저 상용화된 서비스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는 모델이다. 결제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아마존 에코를 통해 주문한 상품의 결제를 아마존 페이를 통해 함으로써 수수료를 얻고 있다. 또 미리 등록 해놓은 업체들이 에코를 이용할 때 아마존 계정으로 잡지ㆍ신문 구독을 권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성인식 스피커 현주소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이 서비스를 AI 스피커라고 부르며, 미국과는 달리 통신사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6년 9월 국내 최초로 '누구'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아직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BM왓슨과 제휴해 인공지능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연계한 주문 및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전망이다.


'기가 지니'라는 음성인식 스피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의 경우, 국내 유선통신 1위 사업자로의 강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700만 가구에 달하는 위성방송과 IPTV가입자들의 셋톱박스만으로도 빠른 시간 내 보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KT 역시 AI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관련 업체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한편 국내 양대 인터넷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스피커를 최근 출시했으며 각각 1만여대를 판매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뚜렷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AD

차세대 대표적인 IT 플랫폼으로 대두되고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 활성화를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음성인식 기술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있다고 본다. 이 사업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들이 빠른 시간내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ㆍ벤처기업과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해외 사업자와 공격적 M&A등 적극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연학(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