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행보' 秋에 쏠리는 이목…논란 혹은 성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번역기 돌리지 마시고 직접 들어보세요~"
최근 한 달 동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트위터에 가장 많이 사용된 표현이다. 뜬금없는 이 '번역기 타령'은 지난달 20일 처음 등장했다.
"방미외교 마친 추미애 대표 이야기, 번역기 돌리지 마시고 직접 들어보세요~"라며 이날 있었던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추 대표의 모두 발언을 촬영한 동영상이 편집 없이 올라왔다.
추 대표는 이날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게리 콘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확인시켰다"며 "한미 FTA는 미국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며, 공고화된 양국 간의 무역과 투자관계를 통해 상호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번역기'라는 단어가 트위터에 등장한 이유는 추미애 대표의 외교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을 방문한 추 대표가 잇단 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다.
지난달 16일 한 매체는 "처음 미국 간 추미애, '한미 정상회담 발언' 들춰내고 'FTA 폐기 불사'까지 좌충우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을 이렇다. "추 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시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7일 비공개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통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외교 관례상 비공개인 양국 정상이 나눈 회담 내용을 공개석상에서 발언했다는 것으로, 이 보도로 인해 청와대에까지 사실확인을 위한 문의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사는 또 "추 대표는 이어 1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단 오찬에선 "FTA 재협상은 미국 국내 정치용"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한미 FTA 폐기도 검토 가능하다"는 발언도 쏟아냈다. 신중하게 재개정 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제치고 여당 대표가 나서 'FTA 폐기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어떤 불똥이 튈 지 예측할 수 없다."고 쓰여있다.
여당 대표가 FTA 폐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내용으로 역시 큰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발언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쓰여진 부분이 있다"면서 "현장에서 추 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면 FTA 폐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美방문 추미애, '한미 정상회담 발언' 들춰내고 'FTA 폐기 불사'까지 좌충우돌"이라고 제목이 수정됐다.
추 대표는 또 미국 방문 중에 "중국이 실제 호랑이가 될 때 한국이 미국을 버리고 중국의 편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민주주의와 체제를 달리하는 어떤 누구와도, 민주주의와 배치되는 것에는 손잡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중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DD)로 인한 갈등이 봉합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이 중국과 외교적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을 밝혔을 뿐인 추 대표의 발언이 'FTA폐기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전해지자, 보좌진측에서 사실 전달을 위해 '번역기 돌리지 말라'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 대표가 이달초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을 때도 "중국 가서 조공외교만 펼치고 왔다"(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는 식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추 대표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간 고위급 대화'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기조연설도 하는 등 최고 귀빈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 주석과 사진촬영을 위해 짧은 만남만 가졌을 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정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추 대표는 출국 전엔 시진핑 주석을 개별적으로 만나 '대북제재에 대해 국제공조의 핵심은 중국 당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사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불가피성에 대해 또 한 번 이야기 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하더니 막상 중국에 가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서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대한민국의 집권당 대표가 중국을 방문 하였을 때에는 정부에서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을 가감 없이 중국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만 칭송하는 발언만 하고 와서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비난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추 대표의 일부 발언을 언론에서 확대 해석해 논란으로 비화됐다는 분석과 함께 해외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추 대표의 돌발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추 대표는 취임 초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깜짝 예방을 추진했다가 호남 여론의 비난과 당내 반발이 일자 취소하거나,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가 민주당 의원들이 의총까지 열며 반대하면서 무산됐던 전례를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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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앞둔 지난 7월에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하는 것은 머리자르기"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 대표는 오는 11일 부터 18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북핵 도발과 경제분야 등 양국간 긴밀한 협력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 대표의 입에 또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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