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103곳 중 5곳 사장 독자운영 고집해
협력사 직원 민주노총은 연일 "전환 촉구" 시위
대기업, 사회적 책임 지려고 했지만 뜻하지 않게 전방위 공격 받아


▲SK서린빌딩 전경

▲SK서린빌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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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던 SK가 협력사의 반대와 협력사 노조의 몽니로 '공공의 적' 신세가 됐다.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협력사들을 인수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일부 협력사의 노사간 갈등이 엉뚱하게 SK로 불똥이 튀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통신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가 당초 목표했던 4900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전원 정규직 전환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피인수를 거부하는 협력사와 그 회사의 직원, 민주노총 희망연대 등 전방위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처지가 됐다.


◆웃돈 준다 해도 5개 인수 못해…SK 더이상 내밀 카드도 없어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올해 5월 협력사 소속이었던 초고속 인터넷ㆍ인터넷TV 설치 관련 직원 49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선언 이후 한화ㆍ롯데ㆍCJ 등 재계 전체에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었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이고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 이후 현재까지 98개 협력사를 인수해 4560명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돌렸다. 이들은 '홈 앤 서비스'라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인수하지 못한 5개 협력사의 직원 340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SK브로드밴드의 설치 위탁업체 신세다.


업계 관계자는 "5개 협력사의 대표들은 SK브로드밴드가 원래 매매가보다 웃돈을 더 얹어져 인수를 하겠다고 해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피인수 의사는 협력사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SK브로드밴드 입장이어서 더 이상 협력사에 내밀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직원들·민주노총 "SK가 정규직 전환 해결하라" 연일 시위


그 와중에 5개 협력사 직원들은 '홈 앤 서비스'로 정규직 입사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민주노총 희망연대도 연일 중구 서린동 SK본사 사옥 앞에서 정규직 전환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희망연대는 홈 앤 서비스 같은 자회사 고용 형태가 아닌 SK브로드밴드의 직접 고용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협력사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기업이 끼어들었다가는 갑질 논란이 휘말릴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가 직접 고용하는 것도 다른 협력사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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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사측과 노조, 민노총 사이에 낀 SK브로드밴드 경영진들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처우를 개선해보겠다는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도 결국 대기업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의 고용정책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조급증을 가지면 부작용만 생긴다"며 "협력사와 대기업들의 상황을 면밀히 따져 정규직 전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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