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이 더 무서워"…뜬눈으로 밤샌 포항 시민들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기 무서워 대피소 찾아
피난가방 싸고 후유증 토로
[아시아경제(포항)=김민영 기자] "첫 지진보다 두 번째 여진이 더 무서웠어요. 자꾸 눈물만 나더라고요."
포항시 북구에 살고 있는 주부 이모(여·65)씨는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씨는 "집 안에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흔들려서 근처 공원으로 나와 한참을 추위에 떨었다"며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떨린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취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공포를 겪은 경북 포항시민들은 밤새도록 '지진이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진앙인 북구 흥해읍에서는 주민 800여명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밤을 맞았다. 강진으로 흥해읍 대성아파트 5층짜리 1개 동 건물은 뒤로 약간 기울어졌다. 인근 원룸 주차장 기둥도 금이 가고 뒤틀렸다. 일부 집은 벽면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남편, 아들과 함께 체육관으로 온 주민 손경숙(여·55)씨는 "현재 살고 있는 3층 건물 외벽과 계단에 금이 많이 갔다"며 "지진이 나고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기 무서워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후유증도 이어졌다. 주민 수십명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체육관 안 사무실을 찾아 약을 처방 받았다. 한 남성은 아픈 딸(17)을 데려오며 "지진이 나고 아이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했다"며 "계속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16일 0시 22분께 여진이 발생하자 체육관 이곳저곳에서"어머"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약을 나눠주고 있는 이문형 포항시약사회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불안 증상이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태국 호텔에서 체포된 한국인 의사…한번에 2만원 ...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난가방을 싸두고 잠을 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씨는 "불안한 마음에 집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길 수차례, 피난가방을 준비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며 "여진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언제 다시 땅이 흔들릴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다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