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계·재계 만남 비교해보니
노동계 대화 복원 노력…재계 상생 강조
재계, 상춘재서 수제맥주 마시고 비빔밥
노동계, 본관서 차 마시고 용금옥 추어탕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노발대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온 건배사다.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뜻으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재치에 감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계와의 첫 만남 땐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됩니다. 국민 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문 대통령은 취임 5개월여 만에 재계에 이어 노동계 대표들을 청와대에서 만나면서 장소와 만찬 메뉴 등을 각별히 신경썼다. 문 대통령은 대화가 끊어져 있는 노동계를 다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초 부정적이던 '노사정 8자 회의' 참여 의사까지 내비쳤다. 재계와 만났을 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친(親) 노동자적이고 기업을 적대시한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고민은 양측과 만난 장소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 대표단과의 사전환담과 만찬 모두 본관에서 진행했다. 특히 사전환담이 진행된 본관 접견실은 외국 정상등 국빈이 청와대를 방문할 때 쓰이는 장소다. 노동계를 각별히 예우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변호사로 노동계를 대변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계를 '국정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재계와의 만남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뤄졌다. 당시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은 겉옷을 벗고 맥주잔을 든 채 서서 대화를 나눴다. 재계와 파격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간담회 둘째 날에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본관 로비에서 칵테일 타임을 가졌다. 이날 안주로는 황태절임과 치즈를 올린 말린 수박 껍질 등이 등장했다. 청와대는 "황태절임에는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처럼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하나의 결과를 내자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재계와 소통을 강화하면서도 무언의 경고도 했다. 착한기업 이미지가 강한 오뚜기를 참석 대상에 포함시켰고 국내 소상공인의 수제 맥주를 준비하며 대기업을 향해 '상생' 메시지를 던졌다.
만찬 메뉴도 차이를 보인다. 전날 문 대통령과 노동계는 청계천 인근 노동자들이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던 용금옥 추어탕을 먹었다. 또 전태일 열사가 즐겼다는 콩나물밥과 가을 음식인 전어도 함께 나왔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의 속설처럼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는 뜻을 담은 메뉴였다. 문 대통령은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란 선물용 차도 처음 선보였다. 지난 7월 기업인들에겐 화합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비빔밥이 제공됐다. 당시 청와대는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뤄내는 공존의 미학을 담았다"고 밝혔다. 친환경을 의미하는 요리도 나왔다.
전날 노동계에선 김 위원장과 산하 노조단체, 청년유니온 등 비가맹노조 대표들이 참석해 2시간 25분 동안 문 대통령과 함께 했다.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된 재계와의 간담회 첫날 2시간 30분에는 못 미치지만 둘째날 2시간 10분 보다는 길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와의 간담회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은 대통령과 정부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고 노동계가 함께해주셔야만 해낼 수 있다"며 "정부와 협력하고 또 대통령을 설득해내야만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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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오늘 노동계와의 대화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회의의 취지를 (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와 함께 노사정 대표자 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 희망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하고 장시간 노동 특례 업종을 줄여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국회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 판결이나 행정해석 폐기 등 여러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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