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햇볕정책·지역주의 버려라" 호남 중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이 첫발을 떼면서 정체성 논쟁도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는 햇볕정책, 호남 중심성, 대여(對與) 관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양상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 내에서는 바른정당 사이의 중도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호남권 의원을 주축으로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햇볕정책'이다. 한국사회에서 대북(對北) 관계에 대한 입장은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척도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정당임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호남)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하면 통합 논의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유 의원의 요구에 대해 호남권 중진의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햇볕정책을 포기하라는) 그런 냉전적인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개혁보수라 할 수 있겠느냐"면서 "(통합은) 엉뚱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양당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 당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광주 서구갑)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햇볕정책은 단순히 화해·포용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안보와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바른정당의 대북 노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의 '호남 중심성'도 정체성 논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에서 호남 홀대론 등으로 녹색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에게 호남은 단순한 지역기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한 국민의당 초선 의원도 "여론조사 상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분열하지 않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가정한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더군다나 호남 중심성을 포기하라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호남만으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호남 없이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호남의 진정한 민심은 국민의당이 더 강해지고, 중도를 중심으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끌어안으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설정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안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바른정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토(veto) 정서가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당내 중진 일부나 원로들은 민주당과 정서적·정치적인 동질감이 있는 편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전날 YTN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 투쟁을 같이 했던 집단이고, 사촌(四村) 정당"이라며 "그 쪽(민주당)과 연대·연합·연정, 궁극적으로는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AD

한편 송 의원은 양당의 통합논의가 오는 12월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초가 되면 양당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까지 간다고 하면 늦어도 (통합선언은) 올해 12월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정작 우리 당에서는 공식적 논의절차 없이 제안이 바른정당에 전달됐다"며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 허리에 꿰어 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