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파장]월풀, 삼성·LG 쫓아내고 시장 독식 과욕
월풀, 북미 영업이익률 11.5%…유럽 등 타 시장보다 高마진
"한국산 세탁기로 미국 기업 피해 주장 주장과 배치"
미국 소비자만족도 조사서도 삼성·LG, 나란히 1~2위 차지
"혁신 제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한 결과" 분석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원다라 기자]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청원한 미국 가전 업체 월풀이 유독 미국에서만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경쟁자가 없어진다면 미국 세탁기 시장은 사실상 월풀의 독무대가 되는 것이다. 세이프가드가 미국 소비자들의 편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월풀이 공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11.5%(2분기는 1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시장(-0.8%), 남미(7.6%), 아시아(3.8%)에서 올린 영업이익률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월풀은 올해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서 12%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치도 제시했다. 이 역시 유럽(4%), 남미(9%), 아시아(3%)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월풀은 "북미와 남미에서 강력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특히 북미 시장에 대해서는 "산업 성장을 웃돌고 있다"고 자평했다. 월풀은 냉장고 등 다른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세탁기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풀은 지난 6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를 청원했다. 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 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월풀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이점을 살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활가전에서 삼성전자는 3%대, LG전자가 8%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월풀의 높은 수익성은 한국 기업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그동안 월풀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전자 업계에서는 월풀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것은 피해를 줄이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독식하기 위한 욕심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월풀은 미국 세탁기 시장의 3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위 삼성전자(16.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삼성전자, LG전자라는 경쟁사가 사라질 경우 월풀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 편익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풀은 메이택(Maytag), 켄모어(Kenmore) 등 다른 가전 브랜드도 함께 소유하고 있다. 세탁기 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켄모어, 메이택 등 월풀 계열 제품을 모두 뛰어넘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프론트로드 방식(세탁물을 앞으로 투입)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857점으로 1위, LG전자는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메이택은 4위, 켄모어 5위, 월풀이 6위에 그쳤다. 톱로딩 방식(세탁물을 위로 투입) 세탁기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1, 2위인 반면 켄모어 엘리트와 월풀은 3, 4위에 머물렀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LG전자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다"며 ""'한국산 제품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월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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