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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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가 없는 주식거래 모바일 앱이 등장했다. 중세시대 빈민을 도왔다는 의적, '로빈후드(Robinhood)'의 이름을 딴 이 앱은 계좌 등록을 위한 현금 잔고가 필요 없으며 주식이나 펀드를 사고 파는데 거래 수수료가 무료다.
 이 앱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프라풀쿠마 바트가 만들었다. 뉴욕의 금융기관에서 고빈도 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 점령운동'의 영향으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었다.


"금융서비스 산업은 순자산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2014년 12월 이 앱을 출시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금융 붕괴를 막기 위해 거액의 구제금융을 쏟아부었다.


이런 와중에 대형 금융사의 최고경영자들이 막대한 연봉과 퇴직금을 챙긴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2011년 7월,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가 발간하는 잡지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것이 트위터와 SNS를 통해 퍼지면서, 9월17일 금융의 부조리와 탐욕을 비판하는 시위가 월가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우리는 99%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소수가 금융소득을 독차지 하는 소득의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었다.

탐욕의 상징으로 금융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던 당시, 미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는 "금융이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나섰다. 금융혁신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 혜택에 접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금융의 이익을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금융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금융민주화'이다.


실제로 그의 희망은 실현되고 있다. 모바일 무료 거래 앱 '로빈후드'로 여유자금이 부족한 많은 젊은 층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하여 이익을 향유하게 되었다. 현재 200만명에 달하는 '로빈후드'의 고객층 중 80%가 18세에서 29세의 젊은이들이다.


또 다른 예로 2011년,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웰스프론트(Wealthfront)'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수수료와 최소 투자금액을 대폭 낮춰 기존 금융기관에서 외면 받던 소외계층의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해 단숨에 미국 1위 온라인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웰스프론트'는 프린스턴 대학의 버튼 마키엘 교수가 참여하여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고객의 나이와 소득, 현재 보유한 현금 등 유동자산, 투자목적, 위험성향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고객별로 적정한 자산배분과 투자 상품을 추천해 준다. 투자자산이 1만달러 미만일 경우 사용료는 무료이며 1만달러 이상인 경우에도 0.25% 수준의 저렴한 관리수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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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금융혁신은 기술진보 외에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의 힘이 필요했다. '웰스프론트'나 '로빈후드'와 같이 수익을 못 내던 신생기업에게 수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창업자금을 조달해 준 스타트업 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이들 기업의 미래에 대한 성장성을 믿고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던 데는 투자자와 기업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IR활동이 있었다. 시장은 불평등을 낳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장은 혁신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 금융민주화를 향한 혁신이 있는 한, 금융은 공정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다.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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