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면서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급부상했다.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사전에 저지할 유일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해군은 지난 7일 신돌석함을 마지막으로 장보고-Ⅱ 건조사업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군은 209급(1200t) 9척과 214급 9척 등 총 18척의 디젤잠수함을 운용하게 됐다. 지난 2006년 6월 1번함 손원일함 건조 이후 11년 만이다. 우리 해군 잠수함의 현 주소를 보기 위해 지난 13일 제주해군기지를 찾았다.
30cm 길이의 손잡이를 잡고 함교탑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퍼런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절벽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함교 위에 위치한 통로를 통해 잠수함 내부로 들어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성인남성 1명이 간신히 내려갈만한 공간이었다. 8m가량 내려가자 잠수함 내부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수함 내부 역시 비좁기는 마찬가지였다. 복도를 따라 함미쪽으로 이동했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칠 때면 어깨를 돌려 피해야 했다. 함미쪽으로 이동하니 어뢰발사대와 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군 관계자는 "이 테이블에서 승조원들은 작전회의는 물론 돌아가며 식사까지 한다"며 "40여명의 승조원들은 48평 아파트에서 옹기종기 모여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승조원들의 먹거리가 궁금해 잠수함 중간에 위치한 조리실을 찾았다.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승조원의 모든 먹거리가 만들어진다. 보통 성인은 하루 2500㎉의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승조원은 두배 수준인 5000㎉를 섭취한다. 좁은 공간에서 3교대 근무로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소모가 많아서 영양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조리실을 둘러보니 유리로 된 그릇은 없었다. 잠수함이 흔들릴 때 그릇 파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랍장을 열어보니 양념통과 음식재료들로 가득했다. 조리기구는 솥, 전기렌지, 오븐이 전부였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튀김요리는 금물이다.
화장실도 비좁았다. 벽면을 둘러싸고 이어진 파이프들 때문에 마치 창고처럼 보였다. 변기는 일반 가정의 변기와 달랐다. 용변을 보고 샤워기와 같은 세척건에서 바닷물로 변기내부를 세척한 후에 발로 개폐구장치를 밟아 비워내는 구조다.
잠수함을 둘러보는 사이에 갑자기 싸이렌이 울렸다. 화재발생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승조원들은 천장에 달린 오렌지색 가방을 열고 저마다 고글과 산소마스크를 꺼냈다. 승조원들은 산소마스크의 호스를 1m간격으로 벽에 부착된 산소연결밸브에 연결했다. 화재가 발생한 내부에서 이동할 때는 산소마스크의 호스를 빼고 곳곳마다 배치된 산소연결밸브에 연결하면서 이동해야 했다. 화재를 진압하자 잠수함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내부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환기스노클을 수면위로 노출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다시 싸이렌이 작동했다. 적 전투기의 급습을 가정한 상황이다. 잠수함은 급속 하강을 위해 몸부림을 쳤다. 몸이 급격한 각도로 기울어져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209급 잠수함은 2~3일에 한번씩 수면위로 올라가 공기를 순환시켜야 한다. 그 순간 적 항공기 등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최소 6개월동안 잠항이 가능하다. 따라서 적의 기지를 24시간 집중 감시하며 유사시 선제타격이 가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은 곧 이어 제주해군기지로 회항하기 시작했다. 잠망경으로 밖을 내다보니 멀리서 제주해군기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든든한 안보를 품은 요새 같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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