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은 일부…국공노, 대대적 실태조사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지은 기자]새 정부가 적폐청산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노조까지 이에 합세하면서 관료 사회가 느끼는 압박감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성희롱과 성추행, 언어폭행 등 공무원들의 갑질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일 각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감사실에는 국토부 소속 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부당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올라와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전 지적공사)가 제출한 진정서에는 A 사무관이 그동안 강원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적시됐다.


A 사무관은 근로감독을 이유로 강원본부 직원을 정부세종청사로 불러 수차례 진술서를 쓰게 했다. 또 컴퓨터로도 확인할 수 있는 5년 치 지적측량 결과를 A2용지 3500장으로 출력해 제출하게 했다. 이외에도 2015년에는 국토부 직원들이 항공사나 일반 기업으로부터 좌석 승급 특혜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40대 여성 사무관 B씨는 프랑스 출장에 동행한 산하 기관 직원들에게 고등학생 아들의 영어 숙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영어 잘하는 직원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한 것뿐이며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갑질을 갑질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감사관은 한술 더 떠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해명만 그대로 전달했다. 최양희 당시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식 사과와 함께 산하기관에 갑질 방지 약속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편성권 독점에 따른 공무원들의 갑질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일부 사무관들이 산하기관 직원을 머슴 취급하듯 갑질로 일관해 기관장들이 장관에게 항의하고 해당 공무원을 보직이동 시키는 문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직이동 당한 공무원 후임으로 온 공무원 역시 산하기관에 또다시 갑질을 자행해 또 보직 변경을 당하는 등 갈수록 미래부 공무원들의 갑질행태가 다양하고 고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도 예외는 아니다. 외교부의 경우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행정직원인 요리사가 임기 2년10개월 사이에 6번이나 바뀌었다. 당시 대사관 근무했던 직원은 요리가 입맛에 안 맞는다고 트집잡고 온갖 심부름 잔심부름을 시켰다.


외교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사관, 총영사관 등 세계 163곳의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원을 상대로 한 외교 공무원들의 갑질 횡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매년 600여 명의 행정직원들이 공관을 떠났다. 이직률이 19.9%에 이를 정도다. 신분은 무기계약직이라지만 공관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쫓아낼 수 있는 비정규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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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회의 후진적 행태는 최근 불거진 군부대 내 '공관병 갑질'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사태가 불거지면서 군 공관병ㆍ경찰 운전의경 제도 폐지를 이끌어냈듯 공무원 사회의 갑질 문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안정섭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199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보수적 공직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며 "각 부처의 노조 지부에서 개별적으로 갑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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