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로 사는 결혼 2년 차 정태영(38ㆍ가명)씨는 내년 만료하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 출산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 계약 연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8ㆍ2 대책 시행 이후 서민ㆍ실수요자 혜택을 받더라도 서울에서는 집값의 50%밖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4일 KB국민은행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45.5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국민은행이 전국의 약 3800개 부동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세 공급 부족 비중에서 공급 충분 비중을 뺀 다음 100을 더해 산출한다. 0~200 범위로 계산하며 100을 넘어설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8ㆍ2 대책 시행 직전인 7월31일 148.8에서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공급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8ㆍ2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조차 관망세로 돌아서면 주택 구입을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전세 수요는 늘어난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전세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에게 집값이 보전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관망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어느 정도까지 떨어뜨리려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상 전세시장의 수요 초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전셋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고려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방안 등을 추가 대책으로 검토 중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도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도권 주요 지역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고 일부 지역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갔다"며 "전세난의 근본적인 해결 대책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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