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필리핀에 전투병력 첫 파견
美·中 대만해협 이중봉쇄 우려 커져

[기자수첩]대만해협에도 이중봉쇄가 걸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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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시작한지 사흘째 되던 지난 17일, 중국 국방부가 이례적인 성명을 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이카즈치가 필리핀으로 향하면서 대만해협을 통과했는데, 매우 격앙된 어조로 맹비난했다.


중국 국방부는 "4월17일은 1895년 청일전쟁이 끝난 후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한 날"이라며 "일본이 고의적으로 이날 대만해협에 군함을 보내 중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는 역사적 수치라 여겨 언급을 꺼리는 것이 청일전쟁이다. 그런데 이것까지 들추어내며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다. 중국군은 이후 보란듯이 대만과 일본 경계지역에 항모전단을 파견해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온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필리핀에서는 20일부터 미국과 필리핀, 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가 함께 참여한 발리카탄 훈련이 예정돼 있다. 이카즈치를 포함한 해상자위대 함정들은 이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나섰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투병력 1400명을 대동했다. 대만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과의 전쟁을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도 모자라, 전투 병력까지 보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군사적 위협이라 본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중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만해협에서 고조된 군사적 긴장감에 대해 외신들은 예사롭지 않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연구원인 에이크 프레이만 박사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내일 당장 대만을 봉쇄하려 한다면 퇴직연금에 투자한 미국인들은 즉시 그 영향을 느낄 것"이라며 "중국이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대만을 압박하고 고립시켜 굴복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투입된 미국산 고속기동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투입된 미국산 고속기동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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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도만 놓고 살펴보면 호르무즈해협과 달리 동부 해안지역이 중국과 마주보고 있지 않은 대만에서 봉쇄가 가능할까 싶다. 그러나 대만의 주요 국제 무역항인 타이베이, 타이중, 가오슝, 지룽 등 전부 중국과 마주한 대만해협 일대에 집중돼있다. 중국 본토와 불과 130km 떨어진 이 4개 항구만 막혀도 대만은 곧바로 전면 봉쇄된다.


중국이 대만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 대만해협 북부와 남부 일대에 기뢰를 설치하거나, 군사훈련을 이유로 한달 이상 출입을 통제하게 될 경우 호르무즈해협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으로 원유나 원자재가 드나드는 목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전세계 수출무역품의 48% 이상이 매일 이곳을 지나가고 특히 미국과 서방의 군용반도체 90% 이상은 대만에서만 생산된다. 중국의 격앙된 성명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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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전쟁, 혹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봉쇄 작전이 시작되면 한국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이 처한 상황을 염려해 중국과 분쟁을 주저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한국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해 온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이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로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이중봉쇄 문제가 보다 가까운 곳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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