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란의 동네책방]사후세계 경험담, 믿든 안믿는 죽음 이해하는 기회
캐서린 베이츠의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유럽·미국 19세기는 '심령의 시대'
당시시대상 생생하게 엿보는 재미
당신은 귀신을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허무맹랑한 사람으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죽은 사람, 사후 세계에 대한 경험담은 TV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 조작된 괴담으로 다뤄지곤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실존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 자신이 과연 진짜로 존재하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의 저자 캐서린 베이츠의 의심과 호기심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시종일관 재미있고 상큼하고 깜찍하게 심령 세계를 경험한 내용을 풀어놓는다. 인도, 스웨덴, 러시아,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만난 '저 너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의심은 잠시 내려놓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전설적인 달리기 선수인 칼 루이스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걸음조차 딛기 힘든 사람이 있듯이 심령적인 능력에서도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이 책은 역설한다. 심령적 능력 역시 인간이 갖는 하나의 '능력'이라는 말을 통해 심령 세계를 체험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심령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심령력은 노력에 따라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심령력을 키우려는 동기에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심령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싶어하거나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열의와 호기심은 좋지만 그 동기가 불순하다면 그 세계로 뛰어들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령 세계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다면 이 책을 집필 배경인 19세기를 이해하는 경험으로 삼아도 좋다. 유럽과 미국의 19세기는 '심령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교령회가 다과회처럼 흔하게 열렸고, 과학자들도 심령에 관심을 갖고 그것 또한 과학의 일부로 수용하려고 시도했던 시대다. 저자의 경험담에서도 교령회는 일상처럼 등장한다. 당시 심령을 불러내는 능력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치렀던 저자가 참석하는 교령회는 지역신문에 광고가 실릴 정도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매가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에 대한 묘사와 영혼이 가까운 이의 신상과 놀랍도록 일치했다는 경험담을 듣고 있노라면 그 진정성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저자의 입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맛보는 재미는 덤이다. 이 책에 언급된 미국의 존 킬리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엔 영구기관을 발명한 과학자로 유명세를 치렀다. 킬리가 발명한 모터는 후에 사기로 드러났지만 원자 아래 단계의 입자인 소립자를 최초로 연구한 물리학자였다는 주장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또 킬리가 주장한 공명이론과 중력에 대한 연구는 현대에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학 이론이나 인물론에 대한 절대적인 해석에 대한 경계심을 충분히 일깨워 줄만한 일화다.
사후 세계에 대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다보면 어느 새 죽음의 이해하고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죽은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안부를 알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느끼게 된다. 죽음에 대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책이 영원한 이별에 대한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묘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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