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은 중학생에게 또래 청소년들이 욕설을 하며 흉기로 위협하고 뺨과 복부를 구타하고 심지어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폭행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보는 이들에게 분노와 개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이슈와 순간적인 분노는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마련이고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곤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학교폭력의 양상은 사회가 변화하고 문화가 다양해짐에 따라 형태와 범위가 확대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정보통신기기 발달로 스마트폰, SNS를 통한 협박, 사진·동영상 유포, 사이버머니·데이터갈취 등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례가 급증했다. 강간, 성추행, 성희롱 등 성폭력도 일어나고 있어 학교라는 사회에서 보다 넓고 다양해진 수법으로 나타는 학교폭력은 성인 범죄 못지않은 심각성을 보인다.
작년 8월경, 충난 아산시에서 한 중학생이 고교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고막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경찰에게 알리면 보복 하겠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인증사진까지 찍었다는 사실은 잔혹하게 행해진 범죄의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 사건처럼 가해자를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감경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높아지는 반면, 교사의 역할은 축소돼 훈계도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려야 할 피해학생 또한 일이 커지거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입을 닫고 어른들의 손길을 불신한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지옥 속에서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경찰은 교육기관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선제적 입장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했고, 이는 학교의 자율성보다 학생들의 인권과 행복을 지켜야 할 의무가 원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개입이란 보여 주기식 홍보를 이용한 경찰 이미지 제고나 치적 쌓기용 탁상공론이 아니다. 적절한 공권력을 이용한 내실 있고 현실적인 대응으로 아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제의하는 것이다.
꿈을 그리는 청소년의 도화지가 눈물과 피로 얼룩지지 않도록 우리는 보다 가치있는 노력과 신뢰할 수 있는 모습으로 청소년들의 세계에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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