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소연 기자] "너 그 영화 봤니? 복면을 쓴 강도가 은행 지점에서 돈을 훔치더라. 지점에 무슨 돈이 있다고..."


은행 지점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앞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옛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연히 유니폼을 입고 상냥한 미소를 짓던 지점의 여직원도 옛 추억이 될 수 있다.

1호 인터넷은행 K뱅크를 시작으로 시중은행의 디지털 혁신이 본격화되면서 은행 영업점과 종이통장도, 텔러(은행 창구 직원)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가 늘면서 시세판을 두고 영업을 하던 객장들을 없앴다. 오히려 은행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셈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영업점 4919곳 가운데 177곳이 사라졌다. 줄어든 점포 수는 2015년(58곳) 보다 3배가 늘었다. 모바일ㆍ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없애거나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지점 숫자는 2013년 말 이후 500여개가 넘게 줄었다.

은행 영업점의 얼굴인 텔러들도 20세기에 잠시 존재했던 '전화교환원'처럼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모바일ㆍ온라인 뱅킹과 영업점의 취급 건수가 7대 3 정도로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텔러의 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서는 30~40대 텔러 출신 여직원 1000명이 짐을 싼다. KB국민은행이 전 직원의 15%에 달하는 2795명의 희망퇴직을 결정했는데, 이중 텔러 출신 여성 인력이 36%(1020명)나 차지했다. KB국민은행 텔러 인력 중 약 4분의 1이 은행을 떠나는 셈이다.


종이통장은 오는 9월이면 더이상 신규로 가입이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불필요한 종이통장 발행 비용을 줄이고, 휴면계좌와 대포통장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통장 미발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9월부터는 은행권의 종이통장 발급이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는 5393만건을 기록했다. 인터넷뱅킹의 하루 평균 이용건수는 8790만건에 달한다. 최근 6개월 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이 43.3%로, 전년보다 6.9%포인트 높아졌다. 국민 10명중 4명은 모바일뱅킹을 이미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연도별 신규 계좌 통장발행 추이를 보면 전체 신규 계좌중 통장 미발행 비율이 2012년 18.8%, 2013년 21.6%, 2014년 22.7%, 2015년 27.9%, 2016년 33.2%로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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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9월까지 신규 개설된 전체 계좌중 종이통장 미발행 비율은 30%대로 올라섰다. 우리은행 또한 통장 미발행 계좌가 재작년 269만6733좌에서 지난해 241만5857좌로 12% 가량 늘어났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생존을 위해 비대면채널로 전환하면서 은행의 상징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은행창구에 앉아만 있어서는 생존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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