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삼성그룹이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만큼 그룹 관련 이슈보다는 사업부별 현안에 주력하는 이른바 '과도기적 현상유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정말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며 "그동안 소명한 입장 그대로 진실 해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며,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미미하지만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특검이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를 불구속 상태에서 일괄 기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사장단을 중심으로 경영한다는 사실에 대해 재계는 곧 '현상 유지'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CEO들은 매년 경영활동 평가를 통해 사장직 유지가 결정되며 성과급과 특별상여금도 평가에 따라 좌우된다. 사장직 자체가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위험부담이 따르는 공격적인 경영을 실행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큰 사고 없이 현재 내고 있는 실적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정도로만 계열사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수동적ㆍ방어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임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예단하기 어려운 것은 미래전략실 해체 유무와 방법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약속했다. 실체없는 조직, 오너 일가를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직을 해체하고 삼성그룹의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것.
삼성이 쇄신 작업을 발표하는 시점은 특검의 사법처리 대상 선별이 끝나는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4월 17일) 후 닷새 만에 이건희 회장 퇴진,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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