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행복의 방향이 모두 같진 않은데…
취직 결혼 출산 강요하는 사회…어떤 이에겐 인생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30년 다니던 회사 그만둔 기자, 아이없는 40대 싱글녀
사회가 바라보는 눈으론 불행한 삶
하지만 그들은 정말 그럴까
취직한 것이 기쁨인 것처럼
아이를 갖는 것이 축복인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것 또한
누군가에겐 행복일 수 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은 '보통' 사람들의 생애 단계별 과업이다. 이 중 한 단계라도 지연되거나 생략하면 주변 사람들의 득달같은 채근이 날아든다.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취직은 언제?', 미혼자들에게는 '결혼은 언제?', 기혼자들에게는 '아이는 언제?', 아이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하고 물어보는 게 우리 사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확고한 생애 주기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저성장과 장기 불황, 높은 실업률과 구조조정, 조직 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제 한 몸 살아내기 바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내몰렸다. N포세대가 된 젊은이들은 혼밥이나 혼술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착실하게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욜로(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살아낸다.
신간 '퇴사하겠습니다'와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에도 이 같은 트렌드가 잘 반영돼있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음을, 회사원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음을, 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저자들은 담담하고도, 재치있게 풀어낸다. 공교롭게도 두 책의 저자 모두 일본인이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1인 가구 시대를 열었던 일본에서는 최근의 젊은이들을 '사토리 세대'로 분류한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를 뜻한다. 이들은 출세와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으며, 큰 꿈을 꾸기보다는 소소한 삶에 만족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경제 활기를 떨어뜨린다고 비난하지만, 사토리 세대가 깨달은 사실은 타인의 삶의 기준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진리일지도 모른다.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는 전직 아사히 신문 기자였다.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그 직장을 지난 해 1월 박차고 나왔다. 1987년 입사해 30여년 가까이 일한 신문사를 그만둔 계기는 단순하다. 쉰을 앞두고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생각과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기자가 좋아 입사했지만, 인사 이동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에 슬며시 환멸도 느꼈다. 언젠간 더 높이 출세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과 자신의 능력이 차별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동안 마음이 헝클어지기 일쑤였다. 적당히 벌어들인 월급으로 욕망을 풀가동하는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잔뜩 쇼핑을 하고는 집에 와서 포장을 뜯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할 때 가장 걸리는 부분은 아무래도 '돈'이다. 저자는 오히려 돈에 얽매이지 않게 됐을 때 자유롭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무관심해지면, 자기에 대한 평가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나,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회사에서 벗어나려면 생활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끝없이 필요한 물품을 사들이는 대신 '없어도 살 수 있는' 삶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말이 쉽지, 막상 '진짜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후의 일들은 생각보다 더 녹록치 않다. 이사할 집을 구할 때 혹은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무직'의 저자가 겪은 굴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회사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퇴사를 찬양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두고 난 이후에서야 저자는 회사가 더없이 좋은 '인생의 학교'였음을 깨달았다. 다만 한 가지 더 깨달은 점은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아이'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의 저자는 사십대 중반의 프리랜서 작가이자 독신이다. 10여년 전 에세이 '결혼의 재발견'을 발표해 제4회 후진코론문예상과 제20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받았다. 당시 삼십대였던 저자는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미혼인 사람을 실패자"라고 정의하며 "당당하게 비혼 생활을 즐기자"고 도발했다. 사십대가 되자 입장을 조금 바꿨다. "여성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데 결혼 여부보다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SNS에 지인이 올린 아기 사진에 "축하해"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되려 "너도 다른 사람만 축하하지 말고 어서 네 아이 낳아야지"라는 훈계를 들은 후배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더욱 확신을 얻게 됐다.
흔히들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불완전하거나 차갑거나 철이 덜 들었거나 덜 행복할 것이라고 여긴다. "아이를 낳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정말 많아요"라는 말을 뒤집으면 "이런 멋진 것을 모른 채 아이가 없는 여러분은 나이만 처먹고 계시는 거예요"라고 해석된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결혼과 출산까지 해내야 '유능한 여성'이라고 인정받는다. 언론이 2014년 9월 제2차 아베 내각에 임용된 여성 각료 다섯 명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만 봐도 그렇다. 여성 각료의 소개란에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식으로 자녀관계를 세세하게 소개한 반면, 남성 각료의 코너에는 아이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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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는 건 축복이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것 역시 개인에 따라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선인장까지 말려 죽이고", "귀여운 애는 귀엽고 귀엽지 않은 애는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아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각자의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자고 권유한다. 굳이 나서서 왜 아이가 없는지 얘기할 필요도, 물어볼 필요도 없다. 아이를 기준으로 남의 행복을 재단할 필요도 없다.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결국 그 인생이 좋았다고 스스로 믿도록 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육아를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게 아닐까요."
(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 김미형 옮김 / 엘리 / 1만2800원)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 사카이 준코 지음 / 민경욱 옮김 / 아르테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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