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둔화' '건설경기 냉각' 등 원인은 알지만 상황 개선은 불투명
'최대 70% 세일에도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 지난 2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시민이 연말 세일 행사에 한창인 상점을 지나치고 있다.(사진=문호남 인턴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희망을 논해야 할 세밑이지만 내년 한국 경제를 놓고는 한숨 소리만 크다. 3년 연속 2%대 성장은 기정사실화했다. 관련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대 중반'에서 몇 달 새 '2%대 초반'으로 꺼졌다. 일각에선 1%대 초저성장까지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업 구조조정 등이 내수를 압박하고 있다"며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8%가 다음 달 수정 경제 전망 발표에서 깎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한은도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내년 성장률이 10월 전망치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정부가 29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하면서 한은은 졸지에 내년 경제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기관이 됐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3%)보다 0.4%포인트 내렸다. 앞서 이달 들어서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에서 2.4%로, 한국경제연구원이 2.2%에서 2.1%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6%에서 2.3%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들 기관은 바로 전달까지만 해도 "당분간 더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가 줄줄이 입장을 바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월 전망 당시엔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대체로 개선되는 모습이라 정책 대응 여하에 따라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는데, 뒤이어 예상치 못한 정치 리스크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특히 소비심리 냉각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동산 대책이 관리 중심으로 선회해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건설 경기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내수 경기 회복을 장담치 못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수 불황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뾰족한 수도 마땅히 없는 현 상황이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21조원 규모 재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는 한 해 전체 예산의 1분기 조기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31%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일부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면서도, 한계가 벌써부터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 속에 획기적인 세부안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나마 '얘기가 되는' 정책 대부분이 연초에 집중,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정부가 내수 침체 본격화를 우려한 시점은 내년 하반기였는데도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 진작책의 정확한 타기팅(targeting)과 기업 투자심리 안정을 통해 내수 불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의 개별소비세 인하,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 구매 지원, 의류 구매 비용 소득공제, 관공선 조기 발주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유인책이 필요하다"면서 "또 친환경차 시장, 스마트 공장 보급과 설비 자동화, 신규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 지원 등을 추진하는 한편 연구개발(R&D) 예산은 민간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거나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집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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