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복지부·국민연금 연결고리 주목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전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보건복지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맞춤형 인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화답한 정황도 제기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무부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및 산하 국민연금 정책과·재정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공단·복지부 관계자를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 방침을 정할 당시 기금운용 정책을 총괄한 조모 국장도 불러 조사했다.
2013년 말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인 문 전 장관이 취임하고, 조 국장은 이듬해 2014년 7월 연금정책국으로 전보됐다. 경력 대다수를 사회복지정책 분야에서 쌓은 3급 공무원이 돌연 500조원 규모 세계3대 연기금 반열에 오른 큰 손 기관투자자의 컨트롤타워로 옮겨온 셈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이건희 회장이 같은해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청사진이 주목받던 시기였다.
작년 5월 삼성그룹은 경영승계 밑그림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공단·복지부는 6월 조 국장,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이어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투자위원회만을 거쳐 7월 10일 합병안 찬성 방침을 정했고, 일주일 뒤 합병승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2대주주 국민연금은 실제 찬성표를 던졌다. 특검은 투자위 개최에 임박해 홍 전 본부장이 삼성 측과 접촉하거나 공단·복지부가 빈번하게 연락을 취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외부인사 출신으로 인맥이 얕던 문 전 장관이 청와대와 교감 아래 ‘맞춤형 인사’를 단행,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뒷거래를 거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조 국장은 복지부 고위 공무원 중 드물게 연세대 출신으로 문 전 장관과 동문이다. 조 국장이 원대복귀한 작년 8월 문 전 장관 본인도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넉달 뒤 문 전 장관은 공단 이사장으로, 조 국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홍조근정훈장 포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권력의 보은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경영승계 구도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전무했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합병 성사 이후 실질적 지주사로 자리매김한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자칫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0조여원 어치를 토해낼 뻔 했던 보험업법 개정도 금융위원회 등의 반발로 결국 19대 국회에서는 무산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나 금융당국의 법 개정 판단 등 공적인 의사 결정이 청와대 등의 외압으로 왜곡됐다면 칼날은 박 대통령 목전을 향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부정 청탁의 대가로 최순실(구속기소)씨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삼성의 '부정 청탁' 정황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출국금지된 홍 전 본부장도 특검 출석이 임박했다. 전날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삼성이 홍 전 본부장 퇴임 후 고문으로 재취업한 투자컨설팅 업체에 투자금을 몰아주는 등 후사(後謝) 의혹도 제기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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