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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구례 해거름, 하동 해넘이, 남해 해오름…섬진강 따라가면 애뜻 해 황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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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국도 구례~하동, 섬진강 따라 한 해를 돌아본다

자신을 되돌아볼 때다. 바쁘게 달려온 한 해를 정리하는 세밑여행지로 19번 국도 구례~하동구간을 달려보자. 엄마품을 닮은 섬진강의 부드러움과 노량해협의 붉은 노을, 남해바다의 소박한 해돋이(사진 하동 금오산)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을 되돌아볼 때다. 바쁘게 달려온 한 해를 정리하는 세밑여행지로 19번 국도 구례~하동구간을 달려보자. 엄마품을 닮은 섬진강의 부드러움과 노량해협의 붉은 노을, 남해바다의 소박한 해돋이(사진 하동 금오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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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을 타고 능선이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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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량항 코뿔소바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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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상계사 가는길에 마주친 녹차밭, 한겨울이지만 초록빛이 성성하다.

하동 상계사 가는길에 마주친 녹차밭, 한겨울이지만 초록빛이 성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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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강변을 따라 19번국도가 이어지고 있다.

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강변을 따라 19번국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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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끝난 구례 산수유마을은 고즈넉하다.

수확이 끝난 구례 산수유마을은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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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나란히 하는 19번 국도

섬진강과 나란히 하는 19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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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한 해의 달력을 접을 때가 왔습니다. 어떻게 지니고 왔는지 처음에 걸었던 무게만큼이나 한 장의 무게는 더욱 소중합니다. 유난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와 닿습니다. 올해만큼 어려움이 많았던 해도 드물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을 되새겨 볼 일입니다. 그래서 해넘이와 해돋이가 있는 여정을 권합니다. 가슴속 응어리진 아픔은 붉다 못해 핏빛으로 변한 해에 씻어 버리길 바랍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부푼 꿈도 그려 보십시요. 세밑 여행지는 남쪽입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국도 19호선 길입니다. 구례에서 시작해 남해도까지 갑니다. 길은 강변의 풍경과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우러진 화개장터,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 들판이 함께 합니다. 또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초록빛 성성한 야생차밭과 붉은빛이 강렬한 산수유마을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노량해협에 자리한 코뿔소바위 일몰과 남해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금오산 일출이 여정을 따뜻하게 합니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포구를 끼고 남해대교까지 가는 19번 국도를 탄다. 세상은 온통 짙은 회색빛이다. 얼마 전 까지도 화려한 색으로 물들인 섬진강변은 깊은 침잠에 빠져 있다. 수시로 물안개가 강변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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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IC를 나오면 19번국도 구례구간이다. 산동면 산수유마을로 간다. 붉은 산수유열매 수확이 끝나가는 마을은 고즈넉하다. 봄날 산수유꽃을 보기위해 몰려든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을길을 걸으니 계곡과 돌담을 타고 봄날의 꽃향기가 나는 듯 하다.
섬진강변으로 나왔다. 천천히 강풍경과 어우러진 겨울빛을 즐긴다. 마침 비가 물러나고 햇볕이 강변을 비춘다. 섬진강의 물빛이 투명하고 따스하다. 저 멀리 하동포구 80리 물결이 눈앞에 펼쳐진다.

구례에서 하동땅으로 들어선다. 화개장터가 맞는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경상도 하동과 전라도 구례를 있는 장터다. 조선시대 때 전국 5대 장으로 꼽혔던 남도에서 가장 큰 장이었다. 2014년 11월 화재로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해 다시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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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뒤로 야생차밭을 감싸 안은 지리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茶)문화의 발상지다. 가장 먼저 차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그 전통은 1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드는 화개동 계곡(6km)을 따라 차밭이 늘어서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소꿉놀이하는 아이들 같다. 획일적으로 잘 정돈된 보성의 차밭과는 영판 다른 분위기다.
정겨운 마음에 여기저기 차밭을 돌아보고 조금 내려오니 저만치 언덕 위에 옛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동군 악양 들판(평사리 들판)이다. 지리산 형제봉의 치맛자락에 해당하는 악양 들판은 한국전쟁 때 빨치산과의 전투가 치열했다. 박경리 선생이 26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했고 드라마 '토지' 촬영지인 최참판댁의 문전옥답이 바로 이곳이다.

들판 뒤쪽으로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쪽으로 섬진강이 흐른다. 온통 은빛으로 눈이 부시고 넓고 고운 백사장 정취가 사뭇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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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섬진강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 있다. 바로 평사리의 뒷산에 자리한 '고소산성'과 '형제봉'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웅장한 산봉우리들 사이로 줄기를 틀어쥐며 포효하는 힘찬 기상을 만날 수 있다. 유선형의 에스(S)자가 아닌, 굵게 꺾이는 갈 지(之)자 형의 모습에서 가까이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보여준다. 그 강을 따라 19번 국도도 힘차게 갈지자로 굽이친다.

들판을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하동포구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밭은 온 몸을 그대로 내어 놓는다. 너른 품으로 펼쳐진 섬진강 모래톱은 순백으로 반짝인다.

서쪽 하늘이 붉어진다. 섬진강변을 지나 남해바다로 들어선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신노량향이다. 항구 앞쪽 무인도인 학섬에 붉은해가 걸린다. 오른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바위가 독특하다. 일명 코뿔소바위로 불리는 바위다. 코뿔소가 바다로 달려들 기세로 용맹스럽게 서 있다. 어떻게 보면 연인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도 그려진다.

코뿔소 바위에 걸치는 일몰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볼 수 있다. 바위 주변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이 황홀하다. 바위 사이에는 2개의 돌개구멍이 있다. 구멍이 만들어낸 형이상학적 무늬를 붉게, 또는 황금빛으로 가득 채우며 낭만적인 일몰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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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지고 나면 남해대교에 조명이 들어온다. 따스한 불빛을 품은 바다, 그리고 점점이 떠있는 섬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겹다. 하지만 이 바다는 거친 노량해협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이 펼쳐졌던 곳이다. 조류가 거세게 흘러 바닷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큰 칼 옆에 차고 결전의 의지를 불사르는 장군의 모습이 멀리 남해대교와 겹친다.

하동 진교방면으로 10여분 가면 일출명소다. 금오산(金鰲山)이다. '쇠 금(金)'에 '자라 오(鰲)'자를 쓰는 '금오산'은 경북 구미에도, 전남 여수에도 있다. 유명세로는 구미나 여수에 못 미치지만 풍경은 하동 금오산이 단연 으뜸이다.

금오산은 해발 849m.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 연봉들이 물결치는 지리산에 안겨 있는 곳이라 이 정도 높이는 그리 대단치 않다. 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정작 정상에 서면 그 높이의 까마득함이 새삼스럽다.

자동차로 정상에 도착하면 남해바다를 향한 전망대가 있다. 이름이 해맞이 공원이니 일출 풍경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금오산에서 내려다보는 비경은 단연 바다쪽이다. 지리산의 연봉들이 물결치는 북쪽도 좋지만, 그보다 남사면의 바다 쪽 풍경이 훨씬 더 매혹적이다. 바다의 풍경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다. 딱 아름답게 바라볼 그 만큼이다.

붉은 기운이 바다에서 불끈 솟아오른다. 겹겹이 둘러 처진 바다의 섬을 뚫고 힘찬 용틀임을 한다.

구례ㆍ하동=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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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선과 천안논산간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이어서 탄다. 익산포항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분기점을 지나 남원 지리산온천방면으로 가면 19번 국도 구례구간이다.

△먹거리=섬진강변의 대표 음식은 재첩이다. 하동읍에 있는 동흥식당(사진·055-883-8333)은 문을 연지 50여년이 넘어, 하동재첩국의 종가로 불린다. 화개면의 동백식당(055-883-2439)은 제첩국과 참게장이 맛깔나다. 섬진강횟집(055-883-5527)은 참게에 몸에 좋은 찹쌀ㆍ들깨 등 8가지 곡식을 넣어 끓여낸 참게가리장국이 소문났다. 쌍계사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사찰 들깨국수가 맛나고 찻집 녹향은 그윽한 차향에 빠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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